[e월드]미국-"PDA 제조업체 `팜` MS 공세에 무너진다" 떠도는 소문 불구 건재

개인정보단말기(PDA) 제조업체인 팜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세에 무너질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럴싸한 소문에 불과하다. 팜은 죽지 않았으며 MS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NPD의 관계자는 기업고객에 대한 MS ‘포켓 PC’ 매출이 성장의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팜의 생존을 의심하는 소문은 하이테크업계로서는 그리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MS 진로를 가로막으면 파산으로 직행한다는 말이 하이테크업체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팜의 파산 조짐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시장에서 활력을 더해가는 쪽은 오히려 MS가 아니라 팜과 팜 제휴사들이다. NPD의 최신자료에 따르면 팜과 팜 기술 사용 허가를 받은 소니나 핸드스프링 등이 미국 PDA 소비자 매출의 83%, 기업 재판매 및 우편 주문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팜은 소비자 소매에서 강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MS 포켓 PC가 위협하는 재판매 시장에서도 자사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팜은 MS 공세에 끄덕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에릭 벤하무 팜 회장이 다음달 정식으로 CEO 선임 발표를 하고 아울러 고성능 팜 운용체계의 최종 버전이 이르면 다음달 둘째주에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팜과 그 제휴사에 대한 비관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네티컷주

스탐퍼드에 있는 하이테크 컨설팅업체인 메타그룹은 “팜이 PDA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됐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업계 잡지 비즈니스 2.0은 최근호에서 팜이 흔들거린다며 한 투자자의 말을 인용해 팜을 ‘승리하려는 찰나에 패배할 회사’라고 보도했다. 삿지브 차힐 팜 최고마케팅책임자는 “팜이 올해에는 MS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억측이 해마다 나돌았다”며 자사 파국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시장 조사회사인 IDC는 팜 경쟁사들이 예전처럼 급성장 가도를 달리지는 못하지만 MS 포켓 PC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휴렛패커드(HP)의 리치 팩스턴 북미 제품부장은 “i팩 덕분에 HP의 세계 PDA 시장 점유율이 제로 수준에서 10%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HP는 자체 포켓 PC ‘조나다’를 제조해 왔으나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으로 조나다 생산을 중단하고 컴팩의 i팩을 판매하고 있다. 팩스턴 i팩 제품부장은 “PDA 시장점유율이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고 덧붙였다.

 팜은 2000년 중반부터 방향을 잃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 둔화를 예상치 못한 결과 재고 과다에 빠졌고 유럽 포켓 PC 시장도 상당 부문 잃었다. PDA기술 최고 회사라는 팜의 명성도 빛을 바래 팜 기술 사용업체들인 핸드스프링과 소니가 팜 PDA기술 혁신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팜은 결코 뒤로 후퇴하지 않았다. 팜은 포켓 PC가 사용하는 강력한 ARM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 새로운 운용체계(OS)를 개발했다. 이 OS5는 부드러운 비디오 재생 기능 등은 없지만 팜은 기능 보강을 약속하고 있다. 벤하무 회장은 올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ARM 기반의 고급 OS5 PDA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팜 OS사업부인 팜소스를 올 연말까지 분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팜은 대기업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제휴관계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팜이 MS의 손에 곧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른 까닭도 있지만 MS 포켓 PC 소프트웨어 매출이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늘면서 팜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다 게 가장 큰 이유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