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인터넷과 남북 IT 협력

 ◆박찬모 포항공과대 대학원장

 최근 평양에 인터넷 PC방이 개설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뜻 생각할 때 남한의 PC방을 연상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게임도 하고 채팅을 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30분 사용에 50달러를 내야 하고 10분 초과할 때마다 10달러씩 더 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 북한의 일반인 한달 월급이 28∼46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누가 PC방을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PC방 사용료가 왜 그렇게 비싸야 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아직까지 인터넷을 활용할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제통화도 마찬가지로 비싸다. 평양의 고려호텔이나 보통강호텔에서는 객실에서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직접 걸 수가 있다. 통화료는 1분에 6달러로 조금만 얘기하고 나면 수십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도 미국으로 직접 전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아서 요금은 생각도 안하고 오래 얘기하게 된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부흥은 그 나라 IT발전에 비례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과 함께 이들을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만 그 나라가 부흥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로 뭉치고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모두 IT분야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촉진하고 상부상조하는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터넷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지난 93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한 국제기술 워크숍에는 동남아의 여러 개발도상국가 대표들이 참석했다. 주로 IT분야 전문가들이었으며 북한에서도 2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유엔대학 부설 국제소프트웨어기술연구소의 소장인 비요르너 교수는 각 나라 대표에게 일일이 그 나라 인터넷 현황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중국·베트남·몽골·태국 등 모든 나라가 다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유독 북한의 대표만이 정책적으로 인터넷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인터넷의 활용이 매우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일반명사로서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하나의 망으로 엮는 것을 말하고 또 하나는 고유명사(the Internet)로서 미국의 알파넷으로부터 시작한, 지금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세계적인 망을 말한다. 북한은 일반명사로서의 인터넷인 국내망은 이미 구현되어 30여개 기관이 각자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접속하고 있어 정보도 교환하고 e메일도 주고받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외부, 즉 고유명사로서의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첨단 정보를 신속히 획득할 수가 없고 사이버 공간을 통한 남북 IT 교류·협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의 중요성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 ‘과학의 세계’라는 잡지나 로동신문에도 인터넷에 대한 글이 자주 실리고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은 하루에 몇 시간씩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인터넷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 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IT분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인터넷 개방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북한도 이러한 중국의 과정을 많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지금 활용하고 있는 국내망을 하나의 인트라넷으로 보고 거기에 방화벽을 설치하여 외부의 인터넷과 연결한다면 원치 않는 정보의 유입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에서는 방화벽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해왔으며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인프라 구축이다. 북한에서도 광케이블이 많이 설치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하고 기타 통신시설이라든가 컴퓨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남한에서 협조한다면 앞으로 남북 IT 교류와 협력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루어져 시간과 경비가 크게 절감될 수 있다고 본다. 하루 속히 북한이 인터넷을 수용하고 인터넷을 통한 남북 IT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