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이크 랭버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칼럼니스트가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최초의 개인용 입는 PC인 ‘포마’를 시연해보고 있다.
인간은 앞으로 한쪽 눈으로 미니 컴퓨터의 디스플레이를 보며 무선 인터넷을 끊임없이 접속하는 영화 ‘스타 트렉’의 반기계인간 ‘보그’를 닮게 될지 모른다. 미국의 대표적인 입는 컴퓨터개발업체인 사이버노트가 올초 선보인 ‘사이버노트 포마’는 이같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포마는 최초의 개인용 ‘입는’ PC다. 아직은 세련되지 못한데다가 가격이 대당 1499달러로 아주 비싸고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미래에 다가올 ‘반기계인간 사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사이버노트는 오래동안 입는 PC를 제작해 대기업과 미군에 납품해 왔다.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인 HMD를 이용하면 전쟁터에서 상관의 e메일을 읽으려고 상체를 구부리다 총알을 맞을 염려가 없다.
지난 3월에 선보인 포마는 사이버노트가 생산하는 기업용 최저가 제품가격과 견줘 가격이 절반 정도다. 포마의 HMD는 이마를 따라 도는 은빛 밴드로 한쪽 눈앞에 은색과 검정색의 모듈이 달려 있다. HMD 착용자는 모듈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선택할 수 있다. HMD를 머리에 쓰면 선명하고 밝은 완전 컬러 컴퓨터 스크린이 눈에 보인다.
포마는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한 부분인 컴퓨터는 가죽 케이스에 쏙 들어가고 밴드에 묶을 수 있는 소형 종이표지 책 크기로 중량이 11온스다. 그리고 랩톱 컴퓨터의 터치패드같은 1.8 온스의 ‘광 포인팅 장치’는 마우스 대용으로 손에 들고 조작하게 된다. 포마 컴퓨터는 메모리카드와 802.11b 무선 인터넷카드 등을 장착하는 컴팩의 플래시 슬롯이 달려 있다. 이 컴퓨터는 가입 무선 네트워크와 베이지역 대부분 스타벅스 점포에서 제공되는 t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802.11b CF 카드를 이용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다.
처음 이용하는 이에게 HMD는 위치 잡기가 아주 어렵다. 화면 밑을 주시하면 위쪽이 흐려지고 위를 보면 이번에는 밑이 흐려지며 눈썹을 치켜들거나 머리를 돌리면 초점이 흐려진다. 더구나 HMD 스크린의 뒷면,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쪽이 반투명으로 스크린 너머의 외부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다. 이는 밝은 햇빛 아래서는 스크린을 거의 보이지 않게 한다.
사이버노트 대변인은 “HMD의 불편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현재 새로운 설계작업을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머리의 크기와 모양이 천차만별이고 안경 착용도 고려해야 하는 설계작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HMD와 달리 광포인팅 장치는 쉽게 숙달할 수 있다. 엄지로 플라스틱 표면을 문질러 스크린상의 커서를 이동시키고 명령어를 내리려면 마우스를 클릭하듯 표면을 클릭만 하면 된다. 다만 키보드가 없어 스크린의 하단 오른쪽 구석에 나타나는 가상 키보드를 이용해 단어나 숫자를 입력해야 한다. 이 방법으로 짧은 웹 주소나 단문의 e메일 메시지 이외의 긴 문자를 입력하기는 쉽지않다.
포마는 PDA ‘포켓 PC’에서 채택된 윈도 축약형인 ‘윈도CE’ 기반이다. 포켓 PC 가격은 기능이 제한돼 있어 가격이 대당 300∼600달러로 싼 편이다. 포마는 기능이 제한된 윈도CE로 많은 웹 페이지를 나타내는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CE 버전으로 개조한 까닭에 많은 온라인 오디오·비디오 소스와도 연동되지 않는다. 또 포마의 128㎒ 프로세서도 속도가 너무 느려 웹 페이지 검색에 불편하다는 단점도 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