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실험단계인 실리콘칩 인공 눈 시술이 미국에서 선보이면서 장애인들에게 희소식이 되고있다.
시각 장애자이던 로버트 로젠 할아버지가 생체공학 눈을 이식받았다.
일리노이주 세인트찰스에 사는 그는 지난해 마이크로칩을 망막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기 전까지 완전 장님에 가까웠으나 수술 이후 빛과 그림자를 구분할 정도로 좋아졌다. 코라 진 클렙 할머니도 지난달 생체공학 귀 이식수술을 받고 전자레인지의 딩동하는 소리, 손자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 집 정원에서 짹짹거리는 새들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실험단계인 생체공학 눈을 이식받은 환자는 로젠 할아버지를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이들 시력은 그래도 모두 약간이지만 좋아졌다.
생체공학 눈은 생체공학 귀가 7만여 청각 장애자들에게 소리를 전해준 것처럼 성공할 수 있다면 노화로 인한 청각과 시각장애의 고통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클렙 할머니는 “이날 이 나이에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라며 “이런 소리들을 다시 들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인체기관을 대체하는 기계를 연구 개발하는 생체공학은 의수나 의족에서부터 귀나 눈에 이르기까지 수십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UCSF 더글라스 그랜트 달팽이관 이식센터의 애닐 랄와니 소장은 클렙 할머니가 지난달 어드밴스트 바이오닉스가 제조한 내이 달팽이관 장치 이식수술을 받았다며 수술 효과가 좋아 난청환자들의 보청기가 이 기기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이 달팽이관 이식기기는 두 부분으로 짜여진다. 하나는 소형 감각장치로 두개골에 이식돼 유선으로 달팽이관까지 연결된다. 내이 달팽이관이란 소리의 진동을 청신경 신호로 전환해 대뇌에 전달하는 내이내 나선 기관이다.
다른 하나는 마이크와 같은 소리 인식기기로 이식된 감각기기에 가까운 귀 뒤쪽에 자석을 이용해 설치된다. 이 기기는 소리를 잡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두뇌에 이식된 감각장치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클렙 할머니가 이식받은 생체공학 귀를 설치는데 드는 비용은 5만∼6만달러로 보통 의료 보험이 부분 적용된다.
랄와니 소장은 “당초 이식기기가 심한 청각 장애인만을 위한 기기로 개발됐으나 지금은 말을 30% 정확하게 듣는 정도라면 보청기보다 내이 달팽이관 이식기기를 쓰는 게 더 효과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실리콘 칩 인공 망막 등 시각기기도 현재로서는 실험적인 수준이지만 내이 달팽이관 이식기기만큼 그 효과가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생체공학기기 최대의 장점은 인간 대뇌의 강력한 정보처리능력이 인공 눈과 귀의 불완전하고 조잡한 정보도 수용한다는 점이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국립보건연구소(NIH) 윌리엄 힛덕스 신경보철실장은 “인간 두뇌는 소량의 정보만으로도 언어를 재구성해 낼 능력이 있다”며 “시각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소아 안과전문의인 앨런 차우 박사가 대표로 있는 일리노이 휘튼 소재 옵토바이오닉스는 인공 실리콘 망막을 개발, 6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이식해 이들의 시력을 약간이나마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차우 박사팀은 환자 망막에 조그만 홈을 파내 5000개의 미세 태양전지를 사람 머리카락 한 가닥보다 얇은 크기로 집적시킨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 이 칩은 빛을 전기로 전환하며 전기는 다시 망막을 자극하게 된다. 차우 박사는 전기 엔지니어인 자신의 형제인 빈센트와 공동으로 이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다.
옵토바이오닉스는 이 칩의 동물실험에 성공한 뒤 지난 1월 이 칩의 인체이식 실험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인체이식 결과는 아직 정리가 안돼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차우 박사와 마이크로칩 이식 환자들은 시력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차우 박사는 “시각장애인들은 대개 손가락으로 음식을 더듬어가며 먹고 있다”며 “거위떼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밝힌 환자의 경우 지금은 식기를 사용해 식사를 한다”고 전했다.
로젠 할아버지 시력이 약간 좋아진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들릴지 모르나 그에게는 커다란 희망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없다. 로젠 할아버지는 “이런 자그만 물건이 개발된 덕분에 갑자기 더 잘 볼 수 있게 됐다”며 “우리들 모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본다거나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아예 접고 살았으나 이제는 언젠가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며 좋아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