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와 인터넷뱅킹 등 인터넷을 통한 재화의 이동이 일반화되면서 이에 따른 정보보호의 필요성이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암호 기술은 개인의 중요 정보에서 기업의 주요 비밀, 국가 기밀의 보호까지 관련돼 있어 연구 수준의 선진화를 통한 국산화가 필요한 분야다. 더욱이 전자 서명을 이용해 전자 문서에 법적인 구속력을 부여할 뿐 아니라 전자화폐·전자선거 기능 등과 같이 인터넷을 통해 전반적인 사회 활동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암호 기술이다.
이처럼 정보사회의 기초 핵심 기술인 암호 기술은 수학·컴퓨터 이론에 기반해 암호 알고리듬과 프로토콜이 개발돼 왔으며 이는 컴퓨터·전자·통신 분야의 기술과 접목돼 정보보호 시스템의 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고도로 발전된 암호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수학·컴퓨터·전자통신 분야의 학제간 연구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각 분야를 융화시켜야만 신기술 개발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암호 기술의 특성상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는 우수 신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우며,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지 못한 국내 특성상 암호 기술의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보보호 분야 가운데 암호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http://cist.korea.ac.kr)는 암호 기술 개발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암호 기술과 관련된 제반 분야의 협력 연구를 위해 설립됐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의 역사는 국내 암호 연구의 궤적이다. 지난 86년 수학과 대학원에 암호학 연구실이 발족된 이후 93년에는 전산학과 대학원에 알고리듬 연구실이 생겼다. 99년 두 연구실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로 통합됐다.
99년 12월 국제 암호 학술대회인 ICISC 99를 개최했으며 2000년에는 국내 최초로 정보보호 기술학과 석박사 과정이 만들어졌다. 같은 해 8월 정통부로부터 대학우수연구센터(ITRC)로 지정됐으며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정보보호 전문대학원의 산파 역할을 했다.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지난 16년간의 지속적인 연구를 거쳐 암호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기초 이론과 정보보호 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산학연 연구 체제를 갖추고 있어 기초 이론부터 상용 제품 개발까지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암호 프로토콜의 응용 연구 △정보보호 시스템 안전성 평가 △스마트 카드용 OS 개발 △양자 암호 이론 연구 △하드웨어 칩 설계 및 모듈에 대한 분석 △3세대 통신인 IMT2000 시스템의 보안구조 연구 △TCP/IP 분석 △리눅스 시스템 보안 △보안 정책 연구 등이다.
이 가운데 암호 알고리듬 및 프로토콜의 안전성 평가·설계에 관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타원곡선암호(ECC)를 이용한 인증 시스템의 세계 최초 실용화로 입증됐다.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타원곡선을 이용한 공개키 암호 시스템’을 지난해 2월에 개발했다. ‘타원곡선을 이용한 공개키 암호 시스템’은 무선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것으로 기존 유선 통신에 사용되는 암호 시스템과 비슷한 보안성을 가지면서 인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기술이다.
유선 통신에 사용되는 암호 시스템의 경우 인증 시간이 20초 이상 걸려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낀다. 따라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원곡선을 이용한 공개키 암호 시스템은 인증에 필요한 키를 만드는 데 0.4초, 키를 인증하는 데 0.8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서 시행하는 전자서명법 기반의 무선 공인 인증 실질 심사를 모두 통과했으며 지난 3월 LG텔레콤을 통해 세계 최초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유선인터넷에서도 전자상거래나 금융 거래를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됐다.
학문적 성과도 이어져 공개키 암호에 대한 국제 표준 문서인 IEEE P1363 작성에 공헌을 했으며 타원곡선 암호 시스템과 관련된 특허 보유와 여러 편의 우수한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타원곡선 암호의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방법과 이를 초타원 곡선에 확장 적용시키는 기술 논문이 세계적인 암호 학술대회인 유로크립트 2002에 채택되는 쾌거를 거뒀다.
현재까지 국내 논문 22편, 국제 학술지 수록 논문 26편과 특허 2개를 출원하는 실적을 올려 아시아권 암호 분야 연구소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5년 내에 세계 5대 암호 연구소로 도약할 목표를 세웠다.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의 기술적·인적 우수성을 보면 이 목표가 허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는 △ECC 구현 기술 △비밀키 암호 설계 및 분석 기술 △암호 프로토콜 설계 및 분석 기술 △스마트 카드용 OS 개발 기술 △암호 모듈에 대한 평가 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구성원의 다양성도 주목할 만하다. 정보보호기술연구센터 암호 알고리듬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하는 수학 전공의 연구원, 암호 프로토콜 개발을 담당하는 컴퓨터 전공의 연구원, 암호 칩 개발을 담당하는 전자 전공의 연구원으로 이뤄져 전형적인 학제간 연구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또 기초 이론을 연구하는 대학의 교수 및 석박사 과정의 연구원, 정보보호 시스템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원, 정보보호의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계의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모범적인 학연산 연구 체제를 갖추고 있어 기초 이론부터 상용 제품 개발까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정보보호대학원과 연계된 인력양성도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정보보호대학원은 세계 최초의 이 분야 전문대학원으로서 연간 75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을 모집해 이론 및 실무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매년 4대1 정도의 경쟁률을 유지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수학·컴퓨터·정보통신 및 전자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국에서 모이고 있으며, 모든 대학원생들은 ITRC의 연구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