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치고 저녁에 바뀌고….’
KT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 구축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있다.
최근 KT는 15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기존 DW를 55테라바이트(TB)급으로 늘리기 위해 12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KT의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2500만명을 훌쩍 넘어선 데다 e비즈니스 사업추진, 유무선 통신량 증대 등으로 15TB급 DW로는 사내 자원(데이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데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KT는 내년에도 150억원을 추가로 투자키로 하는 등 DW 증설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정보화 시스템의 일대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같은 KT의 DW 증설계획은 사내 데이터량 증대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사업부서별로 산재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추출, 관리, 응용하기 위한 토대로서 DW가 필요한 것이다. 기업은 DW를 통해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고객관계관리(CRM)를 실현하는 한편 데이터 활용공간을 웹으로 확산(웹서비스)하는 등 정보화 대변혁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게 된다.
따라서 통신·금융·유통 등 고객 데이터량이 폭증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DW 용량증설이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의 통신서비스 사업자인 KT의 DW 증설계획은 관련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KT의 DW 증설계획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전해졌다. KT 정보시스템본부가 총괄적으로 기획해온 통합 DW 구축계획에 대해 일선 사업부의 반발로 부담을 느낀 경영진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KT DW 증설계획을 수립해온 책임자도 바뀌었다. 수년간에 걸쳐 DW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KT에 적합한 DW 증설방안을 연구해온 담당자가 바뀜으로써 기획의 기본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계획에서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마땅히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책임자를 바꾸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는 곧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경비의 낭비다. DW 증설이 대세로 등장한 지금, 담당자까지 바꿀 정도로 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인지 물음표가 꼬리를 문다.
<엔터프라이즈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