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으로의 이행을 가로막아오던 걸림돌이 해결됐다.
로이터는 영화사와 가전업체들의 대표로 구성된 방송보호토의그룹(BPDG)이 최근 디지털 TV수신기를 비롯해 기록가능 DVD, 기타 디바이스 등에 디지털 방송의 복사를 막기 위한 ‘플래그(flag)’ 인식장비를 탑재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플래그는 방송 콘텐츠의 개인적인 복사는 허용하지만 이를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콘텐츠에 삽입하는 표지다.
그동안 영화사 등의 미디어 기업들과 가전 업체들은 디지털 TV와 관련해 상당한 시각차를 보여왔다. 미디어 기업들의 경우 음반산업이 냅스터와 같은 파일 교환 프로그램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TV가 복사방지에 대한 대책 없이 확산될 경우 방송 콘텐츠가 무료로 유통될 것을 우려해왔다. 또 가전업체들은 DVD 재생기, 기타 장비 등에 복사 방지 기능을 갖추려면 제품의 단가가 높아져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협상에 참여했던 익명의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디지털 방송을 DVD로 저장하거나 집안의 다른 디바이스에서 재생할 수는 있지만 이를 친구들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거나 카자와 같은 파일 공유네트워크에는 올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BPDG의 합의 사항은 5일 DVD의 일반 표준을 만들었던 복사방지워킹그룹(CPWG)에서 다시 다뤄져 기술적인 세부 사양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 미 의회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BPDG의 결정을 바탕으로 디지털 TV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화사와 가전업체들의 이번 합의는 원칙적인 복사방지에 대한 것으로 앞으로 세부적인 논의 사항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로 사본을 보내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또 복사방지를 위해 기록가능 DVD를 암호화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소비자권리단체인 디지털컨슈머(digitalconsumer.org)의 이사인 조 크라우스는 “아직까지 많은 수의 기술기업이 이번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며 “공식 보고서가 나오는대로 반대 입장을 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BPDG가 이룬 유일한 합의는 아직 합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