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통신회담에 거는 기대

국내 이동통신의 북한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민간업체 대표로 구성된 국내 통신 대표단이 이번주 평양에서 남북한 통신 분야 첫 공식 회담을 갖고 북한내 이동통신사업에 국내 업체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북간 통신분야 교류협력사업이 구체화되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두 돌을 앞두고 통신회담이 성사된 것은 남북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의 경우 통신현대화를 통해 낙후된 경제시스템의 개선을 꾀하고 있으며, 남한은 거의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사업의 영역을 북한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동전화와 같은 첨단 무선통신 분야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남북 이동통신 공동 컨소시엄을 통한 우리 업체들의 북한 이동통신시장 진출은 기존 제조업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핵심 기간망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성사 여부 및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CDMA벨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협력이 없어서는 안될 연결고리라고 본다. 북한을 통해 중국·동남아 지역을 하나의 CDMA벨트로 묶는 것이 우리 측으로서는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남북간 통신분야 협력이 이뤄지려면 많은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남북간 대화는 늘 변수가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한 당국이 CDMA를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으나 도청이 불가능한 CDMA 방식보다는 GSM쪽으로 기울어진 북한측을 CDMA로 돌려야 한다. 물론 북한 당국이 CDMA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적성국으로 분류된 북한에 CDMA 관련 칩과 기술을 수출할지 미지수다.

 또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북한과의 교류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일례로 남북 IT교류협력사업의 파트너가 북한은 정부 관계자였던 반면 남한은 민간인이었다. 따라서 실질적 교류에는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냈다. 모든 것을 정부 차원에서 결정했던 북한과 달리 남한은 시장논리에 따라 교류 및 협력사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사업자의 북한 진출은 시장 선점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 통신 환경의 통합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보장 등 국내 업체가 북한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첨단장비 반출문제 등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통신사업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기본적인 협력 분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첨단 기술 이전 등 정치·군사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포함돼 있어 아직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상업 베이스로 북한과의 통신교류를 추진하되 민간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정책문제 등은 정부가 적극 나서 매듭을 풀어줘야 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 통일 한국의 통합통신망 구축을 위해서도 이동통신의 북한 진출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다. 북한의 이동통신사업권을 외국업체에 넘겨줄 경우 통일 이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주지하면서 통신회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