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통신 신승일 사장 david@21telecom.co.kr
기업에 첫발을 내딛었을 즈음 관련업계에서 영업통으로 소문난, 유명 기업의 임원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저런 대화 중간에 그분에게 영업을 그렇게 잘 해 온 특별한 비결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분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는 가볍게 지나쳤었는데 열심히 사업에 몰입하는 요즘, 순간 순간 그분의 그 한마디가 대단한 현답(賢答)이었음에 무릎을 내리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한 정보기술(IT)업계는 여느 산업보다 움직임이 민첩하다.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협력자로 바뀌고, 이름도 없던 무명기업이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위협을 가해 오는가 하면 상호간의 탐색과 시너지 효과를 위한 ‘전략적’ 제휴가 봇물을 이룬다. 자고 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어제의 기술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는 신기술이 불시에 등장한다. 마치 칼날 위를 걸어가듯 기업 내외적 환경이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하게 하고, 살아남고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항상 깨어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을 이끄는 CEO 역시 당연히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바쁘다 보면 피곤해지고, 느슨함에 빠지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약속을 적당한 핑계로 미루기도 하고, 지금의 성과로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된다 싶어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최고이자 정답’이라는 자만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나른함과 자만의 유혹을 떨치고 부지런히 달려간 곳에는 항상 소득이 있었다. 기대 밖으로 넘치는 것이 많아 미처 담을 데가 없었는가 하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반면교사가 되어 주었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내일 불쑥 나타날지도 모르는 복병에 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순간 순간에 문득 다가오는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라는 깨달음의 흐뭇함이 참으로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