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토종 `애니`의 냉대

 국내 재벌그룹에서 운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방송사 투니버스를 바라보는 애니메이션업체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

 국내애니메이션의 발전에 있어서 투니버스의 기여도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편성시간대를 보면 투니버스가 국산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를 알수 있다. 하루 24시간 애니메이션만을 방영하고 있는 투니버스는 주시청자인 유아 또는 어린이들이 보기 힘든 새벽 2∼7시에 국산 애니메이션을 집중 편성하고 있는 것. 투니버스로 채널을 자주 돌리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도 국산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기가 쉽지 않는 시간대다. 왜 이렇게 편성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투니버스관계자의 답변이 걸작이다. “국산 애니메이션이요, 방송위원회의 편성기준을 지키기 위해서 새벽시간대에 대부분 편성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두편 정도는 낮시간대에도 넣고 있긴 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케이블TV 채널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문방송사인 투니버스입장에서 시청자들이 보지 않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이유가 단지 방송위원회의 지침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투니버스가 방송위의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 편성기준인 40%를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투니버스의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5∼30% 정도만을 편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투니버스가 안하무인격으로 방송위원회의 지침을 어긴 것도 믿는 구석이 다 있다. 즉 편성지침을 어겨도 방송위원회로부터 전혀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니버스의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위의 편성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나 방송위가 과태료 등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전문방송사로서 재벌그룹계열사인 투니버스의 이러한 시청률 지상주의는 문제도 있지만 두손 놓고 있는 방송위원회도 문제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위원회는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금 정부가 애니메이션을 문화콘텐츠의 핵심으로 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투니버스가 시청률을 위해서 국내 애니메이션을 푸대접하는 것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투니버스가 애니메이션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방송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문화산업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