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 정책의 현황과 과제

 ◆류해필 SK증권 상무

현재 벤처기업 지정업체 수가 1만2000개에 달하고 코스닥 등록 기업체 수도 거래소 상장업체 수보다 훨씬 많은 800개를 넘어섰다. 단기간에 벤처기업의 육성과 양적 성장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급격한 성장 과정상 나타난 여러가지 문제점은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벤처 관련 비리와 게이트 사건, 무늬만 벤처인 기업이 벤처 지원 정책에 편승해 본래의 사업인 기술개발이나 마케팅보다는 다른 벤처에 투자하는 머니게임(money game)의 장이 되기도 했고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형성된 거품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심각하다. 시장의 신뢰 또한 추락, 코스닥 시장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장기투자 기피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초기 창업단계의 자금을 지원하는 일과 창투조합 출자에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일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의 육성과 지원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디지털시대와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에 있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지속적 성장과 고용창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에 현 시점에서 여러 벤처 지원 정책의 새로운 방향모색과 함께 발생한 문제점의 제도적 보완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기존 벤처기업 정책의 제도적 보완과 통일된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벤처기업 지정의 확인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민간이 중심이 되는 평가체계를 확립하고 객관적인 기술력과 경쟁성 우위 요소를 가려 유형별로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지정토록 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부처와 담당이 각기 달라 이중지원 문제와 지원에 따른 기준이 서로 다른 점, 그리고 정부에서 직접 지원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한 간접적인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고 잠재성과 기술력 우위의 벤처기업의 도약을 위한 차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기술력 우위나 상품 경쟁성 우위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차별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해외 진출전략을 차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책 모색은 매우 중요하다. 벤처기업간 또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대기업간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나 M&A가 촉진될 수 있도록 제도나 환경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셋째, 시장원리에 입각한 시장 신뢰 구축을 촉진하는 지원책의 강구와 이에 관련한 전문가 인프라층의 확대가 요구된다. 벤처기업의 초기 창업 및 보육에 필요한 업종별·사업모델별 기술평가와 펀딩지원체제 구축 및 관련 투자펀드의 결성지원이 필요하다. 코스닥 시장의 투명성과 신규 IPO제도 정비로 기업의 성장성·잠재성·수익성에 따른 가치평가가 이뤄지도록 제도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며 이는 시장 신뢰 확보를 통한 건전한 투자층의 수요확대가 필요하다.

 넷째, 벤처 투자자금의 확대 및 지원을 내실화하고 벤처 캐피털의 건전성·전문성이 제고돼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벤처기업 투자를 통한 벤처 캐피털의 머니게임 장으로 변질되지 않고 벤처기업의 건전한 육성을 통한 투자자금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벤처 캐피털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한다.

 다섯째, 벤처기업의 지방화와 국제화가 추진돼야 한다. 지방 벤처기업의 상대적 정보 및 지원 부족 등 벤처기업의 서울·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세금감면 등 제도적 보완장치의 강구와 벤처기업 집적시설의 확충을 통한 지방 벤처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유망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해 벤처기업의 나스닥 상장 및 국제 M&A를 통한 성장과 정책적 지원을 통한 해외금융인·기술전문가·사업가 등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벤처기업의 해외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