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하이테크` 봄은 오는가(3)내수만으론 어렵다

 최악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이곳 실리콘밸리 하이테크기업들의 노력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특히 불황기에 오히려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위기 뒤에 항상 기회가 있다’는 교훈을 되새길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새너제이에 있는 e베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e베이의 멕 휘트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를 직접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어렵게 휘트먼 회장을 만나자마자 “어떻게 불경기가 시작되던 2000년부터 해외 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먼저 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배석한 매튜 배닉 부사장(해외사업담당)이 e베이가 99년 처음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해 2000년 8개국에 이어 지난해 12개국 등 지금까지 27개국에 쇼핑몰 왕국을 확장한 과정과 이들 가운데 약 3분의 2가 관련 업계에서 1위를 고수하는 현황까지 부연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서는 e베이의 거래량이 2위 업체에 비해 30∼60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9년 2억2500만달러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액도 2000년 4억41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7억48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60∼70%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툴 공급업체로 유명한 볼랜드. 이 회사 CEO를 맡고 있는 데일 플러 회장도 지난 2000년 CEO 취임 직후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 불황을 극복한 경영자로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 플러 회장은 취임 당시 10여개에 불과하던 해외 지사 수를 2배 가량 늘리는 방법으로 최근 회사 매출액을 매년 약 20%씩 확대하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미국 이외(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의 비중도 최근 60%를 상회하고 있다.

 데일 플러 회장도 “전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 하이테크기업들에 있어 지구촌 시장은 바로 생사의 갈림길로 인식되고 있었다. 다음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컨설턴트 김민영씨의 안내로 방문한 회사는 샌타클래라에 있는 벤처기업 셀론. 이 회사는 지난 99년 11월 설립 후 전세계 최대의 무선모듈 및 터미널 디자인하우스로 현재 미국·캐나다·프랑스·중국·한국 등의 전문개발자 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의 성공전략도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휴대폰 거인 노키아를 비롯해 에릭슨·모토로라 등 같은 대기업이 연구개발 및 디자인을 모두 이 회사에 아웃소싱하고 있었다. 따라서 휴대폰업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마케팅에 전념하는 가운데 디자인하우스의 시장은 확대일로를 걷고 있었다.

 지난 4월에는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이 회사의 무선반도체시스템 솔루션을 사용하기로 했으며 2.5세대(G) 및 3G 휴대폰 디자인을 통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셀론은 또 블루투스를 내장한 플랫폼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회사도 역시 지난해 5월 블루투스(BQB)를 채용한 PDA 단말기를 개발해 비로소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