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월드컴의 인터넷 아키텍처 및 기술 그룹 게리 오글스비 부장은 자사 무선 네트워크가 이른 아침과 퇴근시간 직후에 유난히 혼잡해지는 현상을 이상히 여겼다. 그는 결국 월드컴 사옥 주차장 출입문이 무선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고 통신 방해를 덜 받기 위해 안테나를 창가에서 멀리 설치했다.
오글스비 엔지니어 부장은 “이처럼 주파수 간섭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케어리 첨단기술지역 주민인 척 머시아노도 자신이 사용하는 초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당초 광고된 것처럼 빠르지 않은 게 주민 절반 정도가 무선 통신기술 ‘와이파이’인 802.11b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집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무선 네트워크들이 주파수 간섭현상을 일으킨 게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의 해결 방법은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파수 간격을 벌려 놓는 것이다. 와이파이 기술은 할당된 주파수의 3분의 1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접해 있는 안테나들을 서로 잘 조정하면 이같은 주파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무선 네트워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전파는 나무나 콘크리트 벽 때문에 방해받을 수 있으며 무선 통신속도는 통신 간섭현상으로 둔화된다. 그러나 무선통신 이용자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업체인 넷섹사의 릭 도텐 무선제품부장은 “많은 고객이 속도보다 웹 서핑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며 “통신 간섭현상이 심해지면 이 혼잡 원인이 통신기기와 무선 네트워크 증가 때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고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너스인스탯그룹은 와이파이 기기 매출이 2000년 6억6000만달러, 올해 24억달러, 오는 2005년 52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 설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업이나 대학들은 무선 네트워크가 기존 건물벽에 구멍을 뚫어 배선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선 네트워크 활용을 확대하고 있고 공항과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도 공항 이용객이나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마찬가지로 무선 네트워크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애플컴퓨터 등은 가정용 무선 네트워크 기기 판매에 나서고 있고 디지털화 추진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업이나 학교 등에서 노트북컴퓨터로 무선접속이 가능한 공공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파수 간섭 측정기기 제조업체인 버클리베리트로닉스시스템스 게리쇼버 회장은 “무선 네트워크 이용이 이제 필수에서 취미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이용요금도 내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선 주파수 파인더’의 저자인 베넷 놉 무선 네트워크 컨설턴트는 “무선 네트워크가 실용성은 있지만 무선 네트워크가 늘면 그만큼 전파방해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블루투스 근거리 무선 통신망을 이용하는 무선 헤드세트, 휴대폰, 극초단파를 이용하는 절전형 전구 등은 와이파이가 사용하는 2.4∼2.4835㎓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가정용 전자레인지가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도 이 대역이다.
이같은 주파수 간섭현상은 구형 무선 전화기와 일부 군사용 무전기가 사용하는 902∼928㎒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리커셰이네트웍스사가 주요 도시에서 제공할 계획인 무선 통신서비스의 주파수도 바로 이 대역이다.
정부는 이 주파수 사용을 허가받도록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 허가가 없다고 해서 주파수 조정이 필요치 않다는 뜻은 아니다.
주파수 혼잡은 전시장이나 업무 밀집 지구 등 무선 통신 네트워크가 많이 설치된 지역에서 자주 빚어진다.
‘802.11 무선 네트워크 가이드’의 저자인 매튜 개스트는 아직까지는 주파수 간섭 문제를 안테나 조정 등 통신환경 조정을 통해 피할 수 있지만 하나의 회사가 경쟁 네트워크들을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는 한 통신기기 이용 증가에 따른 주파수 조정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우스위성라디오와 XM위성라디오는 무선 기기 이용 증가를 예상하고 자사 라디오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선 기기들의 신호 송출 파워 감소를 의무화할 것을 정부에 요청해 왔다. 짐 콜린스 시리우스 대변인은 이에 대해 “주파수 방해 현상이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