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월드컵과 IT코리아

 ◆김형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kho@kho.or.kr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16강 진출을 가름할 미국과의 한판승부가 몇 시간 후면 시작된다. 지난 4일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48년 만에 월드컵 첫승을 따낸 감동은 생각할수록 뭉클하다. TV에서 골 넣는 장면을 벌써 몇 번을 보았을텐데 볼 때마다 새롭고 또 보고 싶어진다.

 우리나라는 경기가 있었던 부산 사직스타디움은 물론 서울의 광화문, 부산의 해운대 등 온통 ‘붉은 물결’로 전국이 출렁했다. 특히 광화문 사거리에 몰려든 수만명의 붉은 인파는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우리 국민이 이렇게까지 월드컵에 열광하게 된 것은 1차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공이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의 역동적 에너지가 IT기술과 결합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세계에 유례없는 거리응원은 전광판 때문에 가능했다. 인터넷과 휴대폰은 그들만의 언어로 끼리끼리 연락하며 응원동참에 불을 당겼다.

 우리의 역동적 에너지는 한마디로 ‘몰아치기’다. 긍정적으로 보면 집중력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냄비근성’이다. 소위 ‘냄비근성’은 감정의 기복을 말해준다. 사회문제가 이슈화되면 모든 지면이 온통 그것으로 메워졌다가 몇일 지나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다. 반짝 들끓다가 갑자기 식어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점이다. 우리가 16강에 탈락해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지, 그리고 히딩크에 대한 ‘영웅론’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IT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역동적 에너지는 우리나라를 졸지에 IT강국으로 올려놓았다. 세계가 경이적인 눈으로 바라볼 정도로 너무나 대담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덕분에 초고속망가입자 가구 수가 1000만가구를 넘었다. 휴대폰전화 가입자 수도 3000만명을 돌파했다.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고속도로 위에 어떤 자동차가 다닐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었다. 국가적으로 시스템화하기보다는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IMF 이후 거세게 불어닥친 벤처열풍은 ‘묻지마 투자’로까지 번졌다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이제 우리의 긍정적인 역동적 에너지를 IT기술로 시스템화해야 한다. 감정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게시판에 싣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역동적 에너지가 식지 않도록,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가령 축구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재미있게 즐기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번 월드컵을 IT코리아의 홍보기회로 삼겠다던 정부의 방침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부처간 손발이 안맞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가 인터넷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양적인 면에서는 번지르르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형편없다. 인터넷서비스를 가늠할 수 있는 호스트 수는 인구 1000명당 11.8 정도로 미국의 234, 일본의 32, 그리스의 13.6에도 못미치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웹사이트 수도 1000명당 7개 수준으로 미국의 46개, 영국의 26.1개에 크게 뒤져 OECD 중위권 정도에 머물고 있다.

 역동적 에너지는 ‘붐’을 일으키는 필요조건이긴 하나 붐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것을 IT기술로 제도화시키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때 우리는 비로소 IT강국이 될 수 있다.

 축구는 가장 원시적이고 인간적인 게임이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역동적 에너지는 월드컵의 원시적 힘과 서로 통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는 원시적인 힘과 IT기술의 창의성을 조화시키는 법을 배우자. 현실과 사이버, 역동성과 창의성, 에너지와 시스템 등 양축을 활용하는 지혜를 익힐 때 21세기는 코리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미국과의 게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