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타워]총성 없는 전쟁

◆디지털경제부 장길수 차장 ksjang@etnews.co.kr

 

 16강을 향한 월드컵 전사들의 투혼과 응원단의 함성이 한여름 대지를 달구는 태양처럼 뜨겁기만하다.

 자국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응원단이나 축구장을 종횡무진 뛰고 있는 선수들의 눈빛과 몸짓에서 분명 승전 의지를 불태우는 전사들의 결연함과 열정이 묻어난다. 이들의 눈빛과 몸짓은 월드컵이 단순한 ‘평화의 제전’이 아니라 ‘총성 없는 전쟁’에 가깝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무릇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월드컵 역시 선수들과 응원단만이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는 결코 아니다. 관중석 주변을 삥 돌아가며 설치돼 있는 세계 유수기업의 광고판을 보고 있노라면 월드컵의 실제 주인은 혹시 이들 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선수들과 응원단이 들러리(?)는 아닐까.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전쟁, 그것은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는 각국 기업간 브랜드 전쟁이자, 이미지 전쟁이다.

 프랑스 월드컵을 상기해보자.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월드컵 전후 4∼6개월 동안 대형TV의 판매가 60% 이상 증가했으며 일반 TV 판매도 30% 이상 증가했다. 물론 4년 전 당시가 경제확장기라는 특성이 있기는 했지만 프랑스의 주가도 월드컵을 계기로 큰 폭 상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일이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호텔·관광·오락 등 전산업부문에 걸쳐 월드컵 특수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월드컵 당시 스포츠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일본의 가전업체인 JVC가 꼽힌다. JVC는 86년부터 계속 월드컵 후원사로 나서면서 회사 브랜드와 이미지를 높여왔다. 이 같은 스포츠 마케팅 전략 덕분에 JVC는 프랑스 월드컵을 전후해 내수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후지필름이 코닥을 추월한 것이나 아디다스가 나이키의 도전을 뿌리친 것 등이 모두 월드컵 마케팅의 개가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지난달 말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화려하게 열린 한일 월드컵 개막식은 전통과 현대, 그리고 예술과 정보기술(IT)이 한데 어우러진 IT축제로 각국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특히 개막식에서 보여준 역동성과 첨단기술의 현란함은 한국이 어떻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어떤 부분에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를 지구촌 가족들에게 잘 보여줬다. 특히 세계인들은 월드컵 개막식에서 보여준 역동성과 한국 IT산업의 잠재능력에 후한 점수를 매겼다.

 이번 한일 월드컵 기간에 국내 기업들도 월드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월드컵 공식후원사로 나선 KT·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대대적인 월드컵 홍보전을 펼치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대한항공·포스코·SK 등 여타 기업도 월드컵 플라자 및 기업홍보관 운영, 미디어 및 이벤트 홍보, 해외 협력업체 유대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분명 이번 월드컵 마케팅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로 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뿐 아니라 또 다른 태극전사인 한국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짝짝짝짝짝,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