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게임아카데미 본부장
국내 게임산업은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개발을 진행하던 프로그래머가 그만두면 그 게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개발사 입장에서는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몇몇 성공한 업체들의 경우는 다수의 프로그래머를 확보해 안정적인 개발활동을 벌이고 있을지 몰라도 아직 대부분의 개발업체는 심한 자금난과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자들간 이합집산이 잦다는 데 있다. 개발자들의 잦은 이동으로 게임개발사에 노하우가 축적되기 힘들어지고 나아가서는 관련 프로젝트는 물론 회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에게도 전체 게임개발사에 대해 좋은 않은 시각을 불러와 업계 전반의 자금흐름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경영자와 개발자가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데서 오는 괴리감도 문제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산업은 기술력이나 환경면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앞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유망한 산업분야다. 이미 온라인게임 부문에서는 세계 시장을 리드해 나가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국내 인구의 50%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이 가운데 60%이상인 1300만명 가까운 인구가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을 정도의 앞선 인터넷 인프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처럼 두터운 게임 사용자층은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훌륭한 토대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도쿄에 있는 게임개발사와 학원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관계자도 ‘한국의 온라인게임과 영화가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또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 대한 설명회 장소에서 중국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구나 얼마전 LA에서 열린 ‘E3쇼’에서도 국내 업체들과 상담을 하러 몰려든 외국 바이어들을 보면서 이제 국산 게임도 세계시장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의 게임산업도 외산 게임을 카피하던 예전의 환경에서 탈피해 스스로 개발한 제품으로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면서 서서히 독립된 산업분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시장은 규모면에서도 크게 성장해가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연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해 총 9985억원 규모를 형성, 올해는 1조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훌륭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국내 게임업계가 아직도 개발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국내에 게임 관련 교육기관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에 설립된 게임 관련 교육기관은 게임아카데미를 비롯해 총 10여개의 전문아카데미가 다수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각 대학에도 게임관련학과가 30여개나 생겼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이 더 높이 도약하는데 있어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은 많지만 정작 양질의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교육기관 사이에서는 교수인력 스카우트 경쟁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급히 먹는 떡에 체한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많아지는 것도 좋겠지만 이에 앞서 풍부한 인적자원을 양성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전문 교수인력을 양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무조건적인 인력양성을 부르짖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인력을 양성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