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모 건국대 교수 회장
북한의 2002년 경제운영 전략은 신사고와 수익성을 기조로 하고 있다. 특히 대외무역에 관해서는 자본주의의 시장 메커니즘과 원리에 맞게 수행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운용 전략추진이 최근 정보통신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소프트웨어전시회, 6월 초 이동통신관련 협의를 위한 정부관리 및 민간사업자의 방북, 6월 28일과 29일 평양에서 열리는 ‘현대평양정보기술국제포럼 및 전람회’ 등을 통하여 북쪽의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6월 말 평양에서 열리는 정보기술포럼의 행사내용은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동 포럼 및 전시회는 세계 각국의 IT관련 인사들이 참석하여 북한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의 발전과 더불어 북한 IT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러시아 투자회사 지부 평양 설립과 광케이블 설치, 스웨덴과의 경제·기술 협력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정보기술 관련 교류추진 등은 IT분야에서 외국과의 네트워킹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북쪽이 IT분야에서의 개방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수익성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익성 위주의 협력은 지난 2년 동안 남쪽의 기업인이나 전문가들이 일관성있게 요망했던 협력방향이다.
지난 2년간 남쪽의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들의 방북 및 초기 협력사업 결과 이제는 IT협력분야에서 서로를 알고 서로의 장단점과 필요분야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이와 같은 초기의 경험과 북쪽의 의지를 반영한 협력의 단계를 설계 실천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즉 수익성에 근거한 협력모델을 공동으로 창출해내야 할 시점이다.
북쪽이 2002년 경제운영계획에서 그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남쪽의 기업인들이 지금까지 수익성에 근거한 협력모델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온 터이기 때문에 서로의 합일점을 찾았다고 본다.
그러면 수익창출을 위한 남북의 공동협력을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먼저 남북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북쪽의 경우 우수하고 학습의욕이 넘치는 인력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열악한 개발환경에서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지력은 첨단 소프트웨어 분야의 도전에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쪽의 경우 최근 해외 언론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은 최첨단 초고속 인터넷 및 무선통신 환경이 있다. 이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신제품의 테스트베드로서 그 가치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몇 가지 법적인 측면에서의 상호 노력과 국제적 투명성만 확보한다면 양자의 협력모델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수익모델은 단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향후 북쪽의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기반 및 수출역량 확보를 마련하는 방향의 협력도 필요하다.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경우 첨단 IT기업의 창업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IT벤처 인큐베이터를 전국에 50여개의 국제적 규모로 건설하여 IT기업의 창업과 해외 기술자, 투자자 및 인큐베이션 전문가와 교류를 촉진하고 있다.
남쪽의 경우 지난 5년간 인큐베이션 관련시설을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현재는 지역별 특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남쪽의 지난 5년간 인큐베이션 설비 및 노하우를 북쪽과 공유함으로써 북쪽이 대외개방을 위한 사업 노하우를 확보하고 남쪽의 인큐베이션 노하우를 결합함으로써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업자의 광고가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휴전선에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젊은 병사가 시원한 슈팅을 북쪽으로 날리며 “이 다음에는 같이 뛰자”는 멘트로 끝나는 광고다. 이제 정보통신분야의 협력은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단계를 넘어서 수익창출을 위해 세계무대에서 같이 뛰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