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석/한국IDC 커뮤니케이션·인터넷 리서치그룹 책임연구원
인터넷 관련 산업은 이제 2라운드에 돌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에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명멸했고 새로운 기술과 창조성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들이 시험을 받았다. 외형적 성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위해 노력하던 업체들은 수익창출이라는 비즈니스의 기본으로 돌아왔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초고속 인터넷, 포스트PC 디바이스나 디지털 가전을 기반으로 한 홈네트워킹의 점진적인 대중화, 무선 인터넷의 발전 등은 유무선 통합 환경 아래 인터넷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사용환경 및 행태가 다양화되고 있으며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로 표현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인터넷이 보편화됨에 따라 인터넷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닷컴 기업을 비롯한 인터넷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108%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IDC에서는 시장규모 추정을 위해 전자상거래를 크게 B2C와 B2B로 구분하며 팩시밀리·EDI를 비롯한 단순 e메일 등을 통한 거래주문은 시장 규모 산정에서 제외했다. 특히 B2B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매되는 사이트의 유형에 따라 전자배송(eDistribution), 전자조달(eProcurement), e마켓플레이스(eMarketplace)로 구분했다.그림1 참조
전자배송은 판매자에 의해 주도되며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의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가 이루어진다. 델컴퓨터의 사이트(Dell.com)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전자조달은 구매자에 의해 주도되며 직간접 조달 모두를 포함한다. 또 제한된 수의 대형 구매자가 통합적인 구매를 위해 공통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컨소시엄 형태도 여기에 포함된다.
e마켓플레이스는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구매자간에 거래를 중계해주는 장을 제공해주고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제3자에 의해 운영돼 구매자나 판매자 어느쪽의 이익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성격을 갖는다.
지난해 전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은 6340억달러로 이 중 B2C가 19%, B2B가 81%를 차지했다. 경기침체와 닷컴 기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2000∼2005년 연평균 70%의 성장을 지속, 2005년에는 5조36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80억달러에서 2005년 149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중소업체의 성장률이나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취약한 자본력이나 유통망을 가진 중소 업체가 인터넷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며 대기업의 경우 아직 온오프라인 채널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B2C를 통한 물품이나 서비스 구매금액은 2001년 기준 118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708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그림 5 참조 지역적으로는 2001년 기준 미국 56%, 서유럽 21%,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18%인데 향후 상대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B2C 시장규모가 2001년 기준 27억달러에서 2005년에 243억달러로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터넷 사용자 증가 및 인터넷 사용의 일상화,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백화점이나 유통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 B2C 시장기반 확대에 기인한다. 그러나 정형화된 제품에 국한된 판매나 보안·인증·결제 등에 대한 불안감, 출혈 가격경쟁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유통채널간 갈등 등으로 확대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많은 업체들이 B2C 이외에 B2B 시장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 다양화, 자체 상표(private brand) 도입, 소규모 사업자 유치를 통한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노력중이다.
세계 B2B 시장은 2001년 기준 516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4조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역적으로는 2001년 기준 미국이 40%, 서유럽 지역이 27%,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상대적으로 유럽지역의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5년에는 전체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비중은 36%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B2B 시장은 2001년 57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124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전자배송과 전자조달이 B2B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10%인 e마켓플레이스의 비중이 2005년에는 45%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배송은 자체교환(private exchange) 형태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자의 e비즈니스 시스템과 고객 혹은 협력사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재고관리, 협력 설계(collaborative design), 생산계획, 금융서비스 등과 같은 부가가치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자조달의 경우 기존의 EDI 시스템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2001년 20억달러에서 310억달러로 신장할 전망이다. e마켓플레이스는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의 대부분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이미 이전부터 유통 채널이나 도매업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적인 측면으로 이들을 유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e마켓플레이스의 개념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산되고 현재 인터넷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많은 제품을 취급하는 독립적인 유통업체나 도매업체에 의해 유지돼온 마켓플레이스들이 현재의 판매 옵션에서 전자상거래나 교환기능을 추가,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면서 e마켓플레이스의 규모는 현재보다 급속히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화중인 e마켓플레이스는 독자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거나 대기업 전자조달 시스템에 직접적인 통합을 할 수 없는 중소 규모의 업체에 특히 많은 효용을 제공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간 거래를 위한 표준화나 관련 법규 미비와 무자료 거래, 리베이트 등 그 동안의 거래 관행, 참여 업체간 정보공유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2002년까지 B2B 전자상거래의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B2B는 B2C와는 달리 매출 발생 이외에 운영자나 참여자에게 효과적인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정립 및 관리 비용 절감 등과 같은 효율성을 제공해 줄 수 있고 이것이 B2B 시장 성장 동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급망관리(SCM)의 개선을 통해 이를 경쟁사 대비 경쟁 우위 요소로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2001년은 B2C·B2B 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를 기반으로 PC 이외의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접속 기기의 사용이 본격화될 전망이고 특히 3G 시범 서비스를 계기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급속도로 증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비쿼터스 인터넷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향후에는 사용자의 증가보다 사용량의 폭발적 증대와 사용 환경의 다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제품 및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야기되는 여러가지 사업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정형화된 유형 제품(tangible product) 판매 위주에서 무형 콘텐츠(intangible product) 매출 비중이 보다 확대될 것이고 이를 위한 유무선의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중요하게 대두될 전망이다. 특히 이는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인터넷 전문 업체에 보다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유선의 서비스를 무선 인터넷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선 인터넷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B2C 시장의 침체는 시장 수요의 감소가 아닌 과열 경쟁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보다 큰 원인이 있다 할 수 있다. 향후 B2C 시장은 수익성이 있는 모델을 가진 업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업체의 지속적인 참여가 시장확대의 주 요인이 될 것이다. 또 보다 개인지향적이라 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유무선의 통합적인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됨에 따라 현재보다 보다 더 개인화된 수단들이 일반화될 것이다. 이러한 수단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전에 구매정보 분석 등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보일 목표 고객을 선정하고 상호간에 교차판매(cross-selling)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B2B는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확대를, 외부적으로는 신규시장 개척과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전산업에 걸쳐 엄청난 잠재력과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B2B의 대부분이 MRO와 같은 단순 구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특히 국내의 경우 기술적 문제보다는 기업 거래관행 등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의 낙후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인프라의 낙후성으로 인한 격차를 극복할 때 B2B는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산업별로 대표성을 띤 몇개의 사이트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이트들은 도태되고 이들간의 합병을 통한 슈퍼e마켓플레이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동종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와의 통합을 통해 보다 많은 구매력을 확보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효율성도 생겨날 것이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2004년까지 최적의 조건에서도 공공 e마켓플레이스의 수가 500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B2B는 향후 단순히 온라인을 통한 거래보다 참여사간 가치망통합(VCI)을 통해 상호간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참여사가 높은 수준의 통합을 이룬 B2B 사이트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진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많은 투자와 시간만이 성공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참여사간의 상호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업체간의 신속한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으나 아직까지 자사의 핵심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B2B에서도 참여자들 간의 신뢰를 통한 VCI가 성공의 핵심요소가 될 전망이다. 또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창조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보다 혁신적인 방식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혁신적인 솔루션은 기존의 프로세스, 제품, 관계 등을 확장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한 비즈니스 이슈나 고객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타깃 지향적 특성을 갖는 투자나 기존 아키텍처의 지속적인 변화없이 확장가능하고 이를 위해 기존의 비즈니스 시스템에서 연동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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