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드컵과 서머랠리

 매년 7월만 되면 증시에 들썩이는 기운이 생긴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증권가에선 ‘서머랠리’라고 부른다. 미국증시가 여름철만 되면 유독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 이어지는 현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증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7월을 전후해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연초랠리와 함께 증권시장에 연중최대의 황금기가 펼쳐진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월평균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에서 7월이 1월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서머랠리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고정현상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지난 4월 후반부터 시작된 증시 하강국면이 두 달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월드컵 16강 염원’ 만큼이나 고조되고 있다. 요즘 증시에서 오가는 가장 뜨거운 화두도 ‘언제쯤 다시 치고 오를까’다. 지금부터의 주가 상승세는 사실상 서머랠리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12일에 걸려있는 트리플위칭데이(지수선물·옵션, 개별주식옵션 만기일) 이후가 증시 상승반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낙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는 데는 온나라를 달구고 있는 월드컵 열기도 무관치 않다.

 국민 사기와 투자 의욕의 상관관계처럼 분석 불가능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월드컵 열풍과 국내경기 활성화의 절묘한 랑데부는 벌써부터 확인되고 있다. 총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컵의 산업유발 효과가 연초부터 엔진을 돌리기 시작한 국내경기의 회전력을 배가하는 추동력이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10일 UBS워버그는 올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5.3%에서 6.3%로 무려 1%포인트나 상향조정했다.

 또 월드컵 수혜주를 중심으로 증시반등의 중심세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은 예견을 넘어 ‘현실화’ 단계에 들어간 분위기다. KT, KTF, SK텔레콤 등 통신주들이 월드컵 열풍의 핵으로 부상되며 분위기 반전시점만 기다리고 있으며 방송, 인터넷종목 등도 월드컵에 편승한 마케팅 호조와 실적개선 기대감을 타고 상승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60억 전세계인에게 정보기술(IT) 월드컵의 비전을 선명하게 새기며 개막된지 12일째를 맞는 이번 월드컵이 국내 IT산업의 성장 가속화, 나아가 서머랠리로 계속 이어져나갈 것을 기원해본다.

 <디지털경제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