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분야 전문가들은 이날 남북 통신회담 결과에 대해 아직 시작 단계에서 섣부른 예측은 곤란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향후 협력 확대와 이에 따른 신규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북한의 통신인프라 발전에 우리가 기여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IT가 크게 일조하기를 기대하면서 차분한 준비를 강조했다.
남북한 정보통신 교류방안을 연구해온 김주진 KT 통신망연구소 실장은 “북측의 정보기관이 GSM방식을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측이 CDMA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북한 내 정보기관보다 개방을 원하는 테크노크라트들의 입김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정보기술산업 발전을 통한 단번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은 IT만이 아닌 정보통신과 IT가 결합해야 정보기술산업이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실리주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특히 “북측이 CDMA방식의 이동통신을 도입한다는 것은 향후 IMT2000를 도입하겠다는 의도는 물론 북한 전역에서 통신망의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남측에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의 한 임원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가 아니며 특히 남북한 통신협력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어서 앞으로 회담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남북한 통신협력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 이번 회담에 의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대시스콤의 한 관계자도 이번 남북한 통신회담이 북한의 통신인프라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남북한 협력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면서 “통신회담에 섣부른 기대를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하나 이번 통신회담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이 국제전화 관문국을 고도화한다는 것은 인터넷이 관문국을 통해 평양에 들어가는 환경이 갖춰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평양지역에서 이동통신을 통해 통신망을 확충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남북은 통신부문 협력과 같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경협추진위원회’라는 당국간 공식 채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방식으로 기본 틀을 무시하고 다른 경로를 이용하는지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회담의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 통신분야 협력사업의 특수성을 놓고 볼 때 투자보장 차원에서 ‘남북한의 통신교류 및 통신산업협력에 관한 규약(가칭)’을 체결, 이 규약에 사업 범위에 대한 정의를 비롯해 투자허용 및 우대조치, 투자보호, 공통기술표준수립, 남북한 통신인력 교류 및 훈련 등을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