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휴종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산업대학원장 david@chugye.ac.kr
월드컵 개막식이 열렸던 지난 5월 31일 서울 상암경기장. 한국의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개막식을 보며 우리국민들은 한껏 부푼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감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60억 인구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월드컵의 공동개최국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뛰어 넘어 ‘위기를 극복한 나라’ ‘세계 IT의 선도국가’라는 칭송으로 세계의 유수한 언론에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그토록 소원하던 월드컵 본선에서의 1승보다도 더 우리의 긍지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GDP는 0.14% 상승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유발효과가 11조원에 이르고 35만명에 달하는 고용유발효과도 거둘 것이라 한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효과에 의해 이동통신과 디지털 가전분야 등 정보통신분야의 성장세가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효과들은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만을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간접적인 효과들은 그 파급효과를 따지기도 힘들 정도다. 그 간접적인 효과라는 것은 바로 한국의 전반적인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이고 한국이 정보통신의 첨단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월드컵을 취재하거나 경기를 응원하러 온 세계인들에게 이러한 간접적인 효과들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어디서나 손쉽게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그들은 한국 가정의 초고속통신망 보급률이 54%로 미국의 13%, 일본의 6.3%를 크게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동영상과 영상메일을 지원하는 최신형 휴대폰을 직접 임대하여 활용함으로써 이동통신분야에서도 한국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영어·일어·중국어 등 외국어가 지원되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cdma20001x 단말기는 직접 사용해 본 그들의 입에서 ‘그레이트(great)’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앞선 디지털TV 방송 기술과 하드웨어는 인천공항 등에 설치된 고화질 디지털TV를 통해 한국에 오는 그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어느 가전회사의 광고처럼 월드컵 경기의 승부를 떠나 생생한 화질과 음향을 통해 지금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이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감동’을 그들에게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동이 지금 그들의 경험을 통해 전세계에 한국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놀라움으로 전달되고 있다. 요즘 외국의 언론을 보면 한국 축구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한국 정보통신 기술의 우수성에 대한 놀라움이 그대로 나타난다. 중국의 한 기자는 ‘중국은 국제대회뿐만 아니라 IT분야에서도 한국에 뒤처져 있다’라는 기사를 써 막연하게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질 것이라는 중국인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으며,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지는 ‘한국이 월드컵을 통해 첨단기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 라이벌 일본을 상당히 앞섰다’고 보도했다.
그간의 노력과 준비 덕분에 월드컵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무르익고 있다. 여기에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정보통신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IT월드컵으로 승화시키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1차적인 성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이벤트는 마지막 결승전의 종료 호각이 울리면 스포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이루려는 IT월드컵은 IT강국으로 확실한 위상을 정립하는 그 순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월드컵에서 자랑스러운 승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출발인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조성된 한국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세계인의 호의적인 시각을 우수한 품질과 앞선 기술로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