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통신 서비스 사업자인 NTT가 최근 수익성 악화로 기존 통신망에 대한 신규 투자 동결을 발표해 그 동안 이 회사에 크게 의존했던 NEC와 히타치 등 일본 통신장비 업체들의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NTT는 최근 기존의 음성 위주의 통신망을 음성 및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 있는 VoIP망으로 교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라우터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한 통신 시설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유선 통신 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NTT의 신규투자 축소는 바로 이 회사에 스위치 등을 공급해온 NEC와 히타치 등 일본 통신장비 업체들의 매출에도 악 영양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NTT가 라우터 등 VoIP 통신망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의 회선교환 방식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NTT 등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최근 움직임이 앞으로 자연스럽게 일본 통신장비 시장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까지만 해도 4000억 엔(약 4조원)대까지 늘어났던 일본의 스위치 시장 규모가 올해 절반 이하로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NEC와 히타치 등 일본 통신장비 업체들도 기존의 스위치 등 회선교환 방식 통신장비를 대체할 라우터 등 인터넷(IP) 관련 장비 개발에 주력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중에 NEC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패킷) 통신시장을 겨냥한 라우터 서버(15종)를 잇달아 내놓았다. 이 회사는 또 최근 이러한 IP 관련 장비를 광통신 및 휴대폰 등과 함께 3대 통신 주력품목으로 지정해 연구·개발(R&D)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히타치도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회선교환 방식 통신장비 사업부를 과감하게 매각하는 대신 이를 대체할 라우터 등 데이터 통신장비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6 기술을 적용한 라우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