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실리콘밸리의 IT업체들은 격변하고 있는 시장에서 승전가를 부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애플컴퓨터는 최근 서버·MP3단말기 등 새로운 시장에 참여해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사진(애플2)은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를 가리키는 표지판.
실리콘밸리가 첨단기업들에 예전처럼 부와 기회를 제공하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이러한 ‘화두’를 붙잡고 실리콘밸리를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앞으로 20년간은 실리콘밸리가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 역할을 하는 데 끄떡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세계 어디를 가도 밸리(샌프란시스코 주변의 실리콘밸리 지역)만큼의 넓이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없다”고 강조하며 “스탠퍼드·버클리 대학의 지원제도를 비롯, 풍부한 기술과 자본 그리고 창업을 뒷받침하는 법률·회계 회사 등의 완벽한 인프라는 다른 지역이 따라 올 수 없는 세계 최고이며 이는 앞으로도 여전히 밸리를 세계 최대의 IT 중심지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초 옛 제조업관리협회인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5월의 ISM지수가 당초 전망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미국 서비스업과 제조업 활동이 크게 호전돼 미국 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밸리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봄바람 소식에 가슴을 설레며 닷컴 몰락으로 인한 지난날의 악몽에서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 특유의 열정으로 재무장하며 다시 신발끈을 불끈 매고 있다.
일부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재빠르게 눈을 돌리며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도 있다. 사실 포트폴리오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사업다각화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다각화가 성공했을 때는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다”며 칭송이 난무하지만 만일 실패 했을 경우에는 “전문성만 추구하지 괜히 문어발 확장을 시도해서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 사업 다각화인데 밸리의 대표적 대형 기술업체인 애플컴퓨터의 행보는 특히 사업다각화와 관련해 이 지역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고 있다. 애플이 최근 서버·MP3 등 새로운 시장에 참여를 선언한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티모시 쿡 애플 부사장 겸 세계 판매담당은 “우리의 과거사로 답을 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나 지난날에는 혁신의 대명사로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82년 인텔이 IBM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장착되는 메모리 칩 설계권을 확보하면서 PC대중화가 시작됐지만 우리는 이미 이보다 앞서 우리의 초기제품인 애플Ⅱ와 애플Ⅲ에 MOS 테크놀로지가 생산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사용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났다. 이 때문에 당시만 해도 애플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특히나 젊은 엔지니어들과 마케팅 종사자들은 애플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과거의 혁신 사례처럼 우리는 새로운 사업에서도 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시스코·e베이·인텔·휴렛패커드(HP)·오라클·야후 등 대형 IT업체들과 중소형 기술업체들은 하나같이 격변하는 세계 IT시장에서 최후 승전가를 부르기 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부진한 사업 축소나 대만·중국 등지에서의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시도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의 수이기도 하다. 야후 부사장 댄 로젠 바이그는 “최근 우리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5개국에서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폐쇄하기로 한 것은 인터넷 경매 특성상 1위를 하지 않고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1등을 위한 변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력제품인 펜티엄4를 내년초부터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인 인텔의 부사장 토머스 던랩은 밸리에 있지 않지만 IBM과 델컴퓨터의 움직임은 변신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하며 “50여년전 새너제이에서 최초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발명한 그 IBM이 하드드라이브 사업을 일본 히다치에 넘겨준 것이나 델이 수익성 향상을 위해 네트워크 및 프린터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