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CEO 월드컵 배로 즐기기

 ◆오해석 숭실대학교 교수 ohs0909@yahoo.com

 ‘대∼한민국! 짜짜짜짝짝!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2002년 6월 4일 밤은 4700만 국민이 한몸 되어 만든 인공폭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역사적 시간이었다. 부산 월드컵 경기장을 진원지로 한 태풍은 부산역, 해운대, 광화문, 대학로를 게릴라 전법으로 강타하고 순식간에 한반도 남단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다. 국민 모두는 ‘팔짱 낀 관객’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열연하는 배우처럼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에 함께 했다.

 체육관 대통령을 무너뜨린 ‘6·10 항쟁’의 그 날에도 ‘붉은 물결’ 공연은 재연됐다. 붉은 악마 100만명이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여준 ‘붉은 파도’는 대한민국 투혼의 대폭발, 바로 그것이었다.

 벤처 CEO에게 월드컵은 승리의 흥분 이외에도 또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컵 경기는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이긴 하지만 분명 그 다른 측면에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고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목표를 달성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프로축구단, 프로야구단처럼 국제축구연맹(FIFA)이 얄미우리만큼 잇속을 챙기는 행태는 기업이 추구할 경영목표와 맥을 같이 한다고 이해해야 한다.

 벤처 CEO가 월드컵을 두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만큼 재미는 몇 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물론 하나는 흥미진진한 순수 스포츠적인 관점이다. 또 하나는 프로들이 추구하는 경영의 관점이다.

 벤처 CEO가 월드컵에서 배울 수 있는 경영기법 네가지만 제시해 보기로 한다.

 첫째, 기초체력 단련이다. 히딩크 감독이 지금까지 훈련방식에 대한 어떤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있게 펴온 전략이 선수들의 기초체력 강화였다. 기초체력이 허약해 후반전에서 걷다시피하는 선수가 골사냥을 하리라 믿는 관중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벤처기업의 기초체력은 ‘기술력’이다.최고의 경영기법과 마케팅 전략도 튼튼한 기술력 위에서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축구에서 배워보자.

 둘째, ‘세계화’다. 우리 주전 선수들이 해외 프로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 세네갈이 프랑스를 격파한 것은 결코 이변이 아니다. 세네갈팀 전원이 유럽 프로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지 않은가. 한편으로 국내파 감독과 선수들로만 구성된 사우디가 독일에 처참하게 패한 사례를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것은 세계화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경영기법이다. 선수의 기초체력과도 같은 기술력은 벤처 전략의 ‘최우선 요건’이다. 하지만 기초체력이 바로 골 득점력으로 연결될 수 없듯 기술력이 곧 경영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우수한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 감독으로 변신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수한 선수가 반드시 우수한 감독이 된다는 공식은 없다. ‘기술축구’가 아닌 ‘경영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이 명감독임을 이번 월드컵에서 엔지니어 출신 벤처 CEO는 반드시 눈여겨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명한 선수관리다. 대표선수 선발과정 및 주전선수 선발시에 감독에게 쏟아지는 학연·혈연·지연과 얽힌 청탁 및 압력은 대형 관급공사 수주전과 종종 비유되곤 한다. 감독이 청탁과 압력뿐 아니라 개인 정실에 초연해서 투명한 선수관리체계를 견지하는 것은 벤처 CEO가 투명한 경영체계를 견지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기업인들이 월드컵에서 절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축구에는 반드시 게이트(골문)가 두 개 있고 여기에 골을 넣는 것이 선수들의 유일한 목표지만 벤처기업에 게이트는 있어서도 안되고 들어가는 것이 벤처의 목표는 더욱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