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논설실장 hdlee@etnews.co.kr
사람 사는 곳에 약간씩의 눈속임은 있게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애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우리 주위에는 도를 넘는 눈속임이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사이비 벤처’ ‘눈속임 유통’이나 ‘눈속임 건물 분양’ ‘눈속임 기공식’ ‘눈속임 그림’ ‘눈속임 개혁’ 등 다양하다. 이런 것은 근절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에는 눈속임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승부의 세계는 더하다. 하지만 경기중에는 심판이 이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어느 수준을 넘어 규칙을 어기면 해당 선수에게 가차없이 벌칙을 가한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에 지구촌이 반쯤 넑이 나가 있다. 첨단 IT가 접목된 이번 월드컵 축구는 그 어느 대회보다 재미있다. 예술축구를 한다던 지난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가 16강 문턱에서 넘어졌다. 이변이다. 이런 것이 60억 인구를 TV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모습을 직접 보는 것 못지 않게 중계하는 우리의 IT기술력도 한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글로벌 경쟁시대 IT강국-코리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의 눈속임이 빈발하다. 할리우드 축구를 하다 벌금을 문 세계적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눈속임은 그 방법이 지능적이고 교묘하다. 아주 기술적이다. 심판이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선수들이 서로 붙잡거나 밀거나 다리를 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출전하기전 대표로 발탁되기 위한 선수들의 눈속임도 있다고 한다. 선수명단 발표를 앞두고 마치 최상의 몸 상태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독이 감빡 속아넘어가면 그 경기는 망치기 십상이라고 한다. 감독의 기대에 선수가 제대로 부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은 선수들의 이같은 감독을 속이기 위한 눈속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한국축구에 선진 축구를 접목시킨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라는 게 일치된 견해다. 하나는 공정성이고 둘째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그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팀관리와 철저히 능력위주로 선수를 기용해 그간 축구계의 고질병인 학연과 지연, 혈연을 배제했다고 한다. 선수들의 눈속임이 헤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히딩크의 이런 리더십은 오늘 지방선거를 해야 할 유권자들한테 교훈이다. 우선 후보자들의 교언과 눈속임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후보들은 자신이 지역 주민의 대변자로 주민복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최선의 인물이라며 한표를 호소해 왔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능력있고 청렴하며 신뢰할 만하다. 그런데 4년 전 그런 말을 믿고 당선시킨 지자체장 5명 중 1명이 뇌물수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이들의 교언과 눈속임에 유권자들이 당 것이다.
오늘 유권자들은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듯이 청렴결백하고 언행이 일치하는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인 감독이 선수한테 휘둘려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이 주민화합이나 전자정부 구현, IT강국-코리아, 벤처활성화를 이룩하겠는가. 후보를 잘못 뽑으면 바로 유권자들이 고생한다. 유권자는 감독의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