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견인하게 될 산업기술 인력수급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200억원 수준인 산업기술 인력양성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한편 산·학 연구개발(R&D) 컨소시엄에 대한 R&D 비용지원과 산업발전 장학기금 조성을 통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고교생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등 안정적인 연구개발 인력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 인력부족 문제가 오래전부터 산업계의 화두로 부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인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한 일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산업기술 인력수급 종합대책의 주요골자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산업기술자금을 투입해 전자·반도체·자동차 등 수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력 기간산업으로 우수 인재가 대거 진출토록 하고, 함량미달의 엔지니어를 양산하고 있는 공학교육 혁신 등을 통해 현장 맞춤형 엔지니어를 양성하며, 기술인력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핵심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업종단체·유관기업 등이 공동으로 산업발전장학기금을 조성, 고교생과 공대생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공대생의 해외 산업기술 현장 연수기회를 늘리고, 연구원의 인건비 반영비율도 현행 30%에서 40∼50%로 상향 조정된다.
현장맞춤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한 공학교육 혁신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학·석사 과정을 연계해 5년에 마치는 ‘4+1’ 과정 도입을 통해 석사과정 수학기간이 길고 학비 부담이 크다는 현행 공대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계가 매년 ‘산업별 필수 이수교과목 리스트’를 공과대학에 전달해 산업 수요에 맞도록 공과대학 교과과정을 유도하고, 공대를 졸업한 실업자 1000명을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조교 등으로 채용해 산업현장의 당면과제인 기술인력 수급불균형 문제 해소에 나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되면 산업현장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기술인력 부족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기술인력 부족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산·학·연 공동 조사로 지난달 발표된 ‘업종별 기술인력 수급전망’에서 보여주듯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오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만8000명의 R&D 인력이 부족할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조선·섬유·기계 등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주력 기간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 등 신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나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학과로의 진학을 기피하고, 그나마 진학한 학생도 산업현장과 부합되지 않는 공학교육으로 인해 설계도면조차 해독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엔지니어로 배출되는 기존 교육방식으로는 한국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을 차질없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확보와 부처간 협조 여부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예산확보가 안되면 구두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산업기술인력의 수급경로에 대한 구조를 총체적으로 개편하지 않고서는 세계 초일류 산업강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하다.
산업기술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우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마련한 정책의 차질없는 실천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