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배우고 판단할 수 있는 컴퓨터가 가능할까.
프로그래머, 언어학자, 신학자, 수학자, 철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 사이콥(Cycorp)사의 연구팀이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사이콥의 연구팀은 ‘사이크(Cyc)’로 명명된 데이터베이스에 지금까지 일상생활과 관련한 140만개의 진리와 일반적인 규칙을 입력했으며 최근 사이크의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 웹을 통해 사이크의 지식기반을 공개했다.
사이크에 입력된 내용은 ‘생물은 반드시 죽는다’ ‘개는 척추를 갖고 있다’ ‘언덕을 오르려면 강렬한 물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등과 같은 것들이다.
비록 일부 비평가들은 사이크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사이콥사는 사이크가 컴퓨터의 두뇌역할을 해 인류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을 하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예측을 하며 보다 사물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사이크는 이미 라이코스의 인터넷 검색 엔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응용된 바 있다. 또 사이크에 25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군은 사이크를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지능툴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많은 기업들이 사이크를 이질적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거나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발견하는 데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현재 사이크에 수록된 지식은 CD 한 장에 저장이 가능한 수백MB수준이다. 사이콥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더그 레냇은 사이크에 전세계적으로 수집된 지식이 추가로 포함되면 언젠가는 사이크가 각종 애플리케션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줄 수 있게 돼 컴퓨터나 네트워크 서버의 표준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냇은 “우리는 성공의 문턱에 서있다”며 “성공할 경우 인간이 일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극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자들은 이미 40년대부터 컴퓨터가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상상해왔으며 ‘2001 우주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할(HAL)은 이같은 상상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놀라움보다는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70년대의 뇌막염 진단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의사의 진단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이 프로그램조차도 ‘자동차가 뇌막염을 앓고 있다’는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곤 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