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만나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내일로 두 돌을 맞는다. 2년 전 두 정상의 공동선언은 그간의 갈등과 대립의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최근에는 남북한이 첫 통신회담을 갖고 북한의 평양과 남포 지역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사업과 국제전화 관문국의 고도화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통신사업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아시아 CDMA벨트 구축과 남북 IT협력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 12일에는 남북한 첫 합작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평양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모두 대단히 의미있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같은 성과는 남북이 IT를 매개로 민족의 염원인 ‘통일 IT 코리아’로 나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 두 돌을 맞아 이같은 양측의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 남북 경제협력 전반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한반도 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분야별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임을 양측이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IT분야를 비롯한 분야별로 남북 분단의 벽을 허물고 이를 통해 평화공존의 상호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양측은 합의하거나 약속한 일은 차질없이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상호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상호협력의 촉매는 경제고 그 중에서도 디지털시대를 주도하는 IT분야의 상호협력이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서 입증된 바 있지만 우리의 IT산업은 ‘IT강국-코리아’라는 말처럼 선진국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해 IT 등 각 분야로 협력과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둘째는 통일 이후를 대비해 북한의 낙후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선진화해야 한다. 이는 북측은 물론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북측의 우수한 두뇌와 남측의 기술이 합치면 북한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것이고 투자 승수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특히 IT분야는 기술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기술발전 추세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면 IT강국으로 부상하지 못한다. 남과 북이 상호신뢰 위에 기술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면 충분히 한반도는 IT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셋째는 사업추진에 제도적인 걸림돌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법과 제도 그리고 표준화 등을 통해 상호협력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00년 남북 당국간에 서명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상사분쟁 해결절차, 청산결제 등 남북경협 4개 합의서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간의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 한건주의식 투자계획도 지양해야 할 일이다.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처음 가졌던 기대와 가슴 설렜던 그 마음으로 되돌아가 IT산업 등 각 분야에서 노력한다면 남북 협력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