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 기업의 세계화 전략

◆이종훈 알파비전텍 사장

 최근 국내 벤처기업들은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뛰어난 콘셉트와 이를 실용화한 제품으로 곳곳에서 들려오는 벤처기업들의 수출 성과는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이 우리를 신선하게 만든다. 그러나 많은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세계화 전략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로 인해 큰 손실과 좌절을 겪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경우 가장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판매전략이다. 판매전략은 다양한 관계속에 형성돼 있는 국가별 네임밸류와 대상 국가의 유통구조 등 다양한 함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들은 해외진출시 한국말이 통하는 교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보다는 현지 브로커를 통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의 경우 ‘브로커(sales lab)’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자금이나 경험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브로커를 발굴하는 일이야말로 해외시장 진출의 첫 관문이다.

  국가 네임밸류에서 오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종종 한국 벤처기업 제품을 저가로 취급하거나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어렵더라도 미국을 먼저 공략한 후 유럽과 일본에 진출한다면 쉽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다. 물론 가격도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연결된다. 일본을 통해 중국·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직접 진출시보다 유리하다.

 가격 정책 또한 중요한 변수다. 한국 기업의 경우 전시회에서 가격을 문의하면 한가지 가격으로 대답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총판점·대리점·소매점인지 먼저 확인한 후 대상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해주어야만 한다. 총판점 가격을 소매점에서 알 경우 소매점은 총판으로부터 구매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실질적인 판매가 매우 어렵게 된다. 또 총판점인 경우 판매 전략을 미리 받아보고 가능성을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이 방식이 느려 보이지만 시장·가격·매출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문제다. 국내 벤처기업들의 경우 미국·일본·유럽 등 현지에서 팔리기 어려운 디자인을 자주 선보인다. 제품에 있어서 디자인은 바로 돈이다. 똑같은 물건을 생산해서 원가가 같을 경우 디자인을 통해 얻는 수익은 매우 차이가 난다. 로지텍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같은 원가의 마우스를 몇배, 몇십배나 비싸게 팔고 있다. 디자인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은 크게 하드웨어 디자인, 소프트웨어 디자인, 박스 그리고 기타로 나누어 작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제품이 갖는 장점들을 아주 잘 표현해야 하며 사용자의 편리성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좋은 디자인도 사용자의 편리성을 무시하면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보곤 한다. ‘고객 지향적 디자인(user friendly interface design)’을 필요로 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박스 모양만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박스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박스는 여러 가지 제품과 같이 섞여 있으므로 독특한 자기만의 서체나 색을 갖고 있어야 하며, 진열시 가장 잘 보이도록 크기를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제품과 박스의 크기 등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 특히 수출에 따른 물류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박스는 제품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표현해 구매의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매우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고객의 연령·종교 그리고 수출할 지역에서 기피하는 색과 좋아하는 색들을 파악, 반영해야 하며 모양과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예와 같이 이제 한국의 제품들도 대상 국가에 맞는 마케팅의 상황을 반영해야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제품에 잘 반영한 제품 디자인, 적절한 브로커 선택 및 가격 정책이 수출시 경쟁 제품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며 납품 가격의 결정에 유리한 영향력을 미친다. 현지화된 마케팅 전략이 바로 수출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