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의 대표주자는 뭐니뭐니 해도 ‘i모드’다. NTT도코모가 서비스하는 i모드는 일본을 무선인터넷 서비스 강국으로 자리매김시켰다. NTT도코모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제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인 ‘포마’를 개시할 수 있었던 것도 ‘i모드’ 성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축적된 자금력에 기인한다. 자연스럽게 일본 통신시장의 화두는 ‘i모드’의 차기 주자다. 올 초까지만 해도 NTT도코모의 ‘포마’ 서비스가 그 자리에 오르리란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최근 들어 이동전화 단말기로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내는 이른바 ‘사진메일’이 최고의 인기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3G서비스보다 2세대형인 ‘사진메일’ 서비스가 i모드에 이은 인기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본내 3대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중 가장 먼저 사진메일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J폰이다. ‘샤메일’로 이름 붙여진 이 서비스의 인기에 힘입어 3월말 만년 3위 업체인 J폰의 총가입자수가 놀랍게도 ‘2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의 경우 신규 증가분의 70% 정도가 카메라 내장 모델이다. 2000년 11월 카메라 내장 단말기 판매에 나선 이래 올 5월말 현재 ‘샤메일’ 지원 단말기는 약 510만대로 누계 가입자수의 약 40%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해약률까지 3월말 기준 2.0%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KDDI는 지난 4월부터 3세대를 표방한 ‘cdma 1x’를 서비스 개시하면서 1종의 카메라 내장 모델을 제공해 시장 반응을 살폈다. 4월 판매분인 33만대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바로 이 카메라 내장 모델이었고 이에 힘입어 ‘2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이제부터 시판되는 모델에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내장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메일’의 공세는 NTT도코모의 ‘3G’ 고집을 꺾었다. 3대 서비스업체 중 유일하게 ‘사진메일’ 서비스가 없는 NTT도코모는 5월 신규가입자수에서 10년동안 지켜온 1위 자리를 내놓고 3위로 추락했다. NTT도코모는 이번 달부터 양사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단말기로 찍어서 메일로 보낼 수 있는 ‘아이쇼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실 NTT도코모의 3G서비스인 ‘포마’는 영상전화 서비스인 ‘텔레비전 전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사진메일’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다. 하지만 포마 서비스는 비싼 단말기 가격, 좁은 서비스 지역 등 한계를 드러내며 시장 진입 성공 여부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2G에서 3G로의 진입 속도가 늦으면 늦을수록 ‘사진메일’ 서비스가 일시적이나마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일본인 왜 사진메일에 매달리나
사진메일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J폰의 한 관계자는 “일본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또 휴대폰으로 메일 보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일본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 때는 물론 간단한 회식자리에까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나타난다. 심지어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방 속에 디지털카메라를 넣고 다니는 열성파도 적지 않다. 조금이라도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바로 사진을 찍어둬야 직성이 풀린다.
일본 사람들하고 가까운 유원지라도 같이 갈라치면 열이면 열명이 모두 한대씩 디지털카메라나 일회용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같은 포즈로 무려 10장의 기념촬영을 해야한다.
또 휴대폰 메일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특히 10대의 경우 화장실에 갈 때에도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은 일상의 일부다. 심지어 여러 친구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조차 직접 말로 하지 않고 메일을 주고 받는다. 이를테면 몇몇 친구들은 떠들고 있는데 같은 자리에 있는 다른 몇몇은 조용히 휴대폰 메일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전철에서 책을 읽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일본인한테는 이제는 휴대폰으로 뭔가를 읽거나 메일을 입력하는 모습이 더 일상적이다.
이런 일본인들이기에 디지털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이 인기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