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관련된 독일의 지역별·계층별·학력별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은 독일 성인의 절반 정도가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이중 8.3%는 상시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해 있지만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약 3200만명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도 모르고 이에 대한 관심도 없는 상태라고 시장조사기관 TNS 엠니드(Emnid)의 서베이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정보화 사회진입을 목표로 설립된 이니셔티브 D21의 에르윈 스타우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상태에 있다는 것은 인터넷과 관련된 비용, 기술, 교육, 콘텐츠 등 모든 것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람들 대부분은 그 이유로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들었고 약 37%의 응답자는 인터넷 이용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학력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졸업자의 경우 단지 12%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데 반해 고등학교 졸업자는 약 70%가 이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을 매개로 기존의 학력격차가 새로운 정보격차로 확대될 것이라는 종래의 우려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인터넷과 관련된 지역간 격차 역시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사용인구는 구 동독이나 농촌지역보다는 서독의 도시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독일의 초고속 인터넷 벨트라 할 수 있는 슐레스위그-홀스타인에서부터 바바리아 지역 사이에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인터넷 수도는 프랑크푸르트로 약 53%의 도시인구가 온라인에 접속돼 있으며 그 다음이 드레스덴,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뮌헨 등의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계층별로는 학생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가장 높아서, 약 93%의 대학생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고위직 공무원 78%, 기업 관리직 72%, 자유직 64%, 일반직 공무원 61%, 기업 직장인 58%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른바 화이트 칼라들의 인터넷 이용률이 높은데 반해 생산직 노동자들은 약 38%만이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이 수치는 24%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인터넷 사용인구는 정치성향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녹색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약 70%가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디지털 시대에 적극적인데 반해 사회민주당 지지자들은 ‘평균 수준’ 정도, 그리고 기민당 지지자들은 평균 이하의 인터넷 사용률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