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실리콘밸리 CEO 연봉 9년만에 하락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실리콘밸리 CEO들의 급여가 지난해 9년 만에 꺾였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실리콘밸리의 150대 상장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임원급여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150대 상장업체 소속 총 776명의 CEO와 임원들의 지난해 급여 총액은 38억달러로 전년 807명의 임원이 받은 총 급여 47억달러에 비해 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00년 100만달러에서 60만7307달러로 39%나 줄었다.

 지난 99년 768명의 임원들의 보수총액은 23억달러였다.

 또 CEO들의 스톡옵션 이익도 대폭 줄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 가치도 2000년 160억달러에서 73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임원들의 급여를 부문별로 보면 평균임금이 26만7399달러, 평균보너스가 8만858달러, 평균 스톡옵션이익이 0으로 지난 2000년 평균임금 25만달러, 보너스13만7000달러, 옵션이익 8만1705달러에 비해 대부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인 실리콘밸리 기업 임원들의 급여는 줄었으나 일부 기업 CEO들의 경우 예외적으로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해 기록적으로 차익 7억600만달러를 챙겼으며 통신장비업체인 JDS유니페이스의 임원 5명도 이 회사가 2만9000명의 직원을 8000명선으로 줄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호황의 막바지에 주식매각으로 4억73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급여 순위가 톱 10위권인 임원들이 전체 급여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3%로 절반에 육박했으며 엘리슨 오라클 CEO 한 사람이 받은 연봉은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총 임원이 받은 급여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CEO의 이같은 ‘횡재’는 하이테크 경기 침체 전 호황기의 마지막 결실이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실리콘밸리 기업임원의 급여는 회사경영의 부침에 좌우되는 성과급 성격을 띠고 있다고 풀이했다.

 기업문제 투자자문회사인 ISS의 패트릭 맥건 부사장은 “대부분 기업이 게임의 규칙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해석했다.

 스톡옵션의 경우 임원에게 장기간 보유하면서 회사 경영에 전력하라는 의미로 부여되는데 실제로는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그대로 보유한 임원들의 경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슨 오라클 CEO, 토머스 시벨 시벨시스템스 CEO,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CEO는 지난해 급여가 한푼도 없거나 1달러였다. 이외에 219명의 임원들이 회사 실적이 저조해 보너스를 한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 보너스를 못받은 임원은 총 132명이었다.

 기업 CEO의 급여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게 보통인데 이사회가 고액 연봉을 방치하는 경우 투자자들이 직접 나서 CEO연봉에 관여하는 사례도 벌어졌다.

 크리스토스 M 코사코스 E트레이드 CEO는 회사실적은 저조한데 급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 급여 8820만달러 중 3700만달러를 반환하기도 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연례 CEO 연봉조사에서 각 기업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보수 순위 상위 5위에 드는 임원들의 급여내역도 공개했다.

 급여에 연봉, 보너스, 나머지 보상금, 제한주 지급, 장기 인센티브 계획에 따른 지급액, 스톡옵션 행사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회기가 12월이 아닌 일부 기업은 하이테크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기 전인 2000년에 지급받은 급여가 포함됐다.

 그 하이테크 호황의 막바지에 큰 재산을 축적한 일부 기업 총수의 급여액도 대폭 늘어났다.

 대표적 사례로 엘리슨 오라클 CEO는 스톡옵션을 행사한 뒤 2001년 1월에 주식을 곧바로 매각해 7억600만달러를 챙겼다. 이는 미실현 옵션가치를 뺀 급여로 미 기업사상 최대치다. 엘리슨 CEO는 지난해 급여, 보너스 등 일체 보수를 받지 않았다. 오라클 주가는 2001년 5월 마감된 회계연도에 15달러 30센트로 61%나 폭락했다.

 시벨 시벨시스템스 CEO는 연봉이 1달러이나 스톡옵션 이익이 1억7460만달러로 급여 순위가 엘리슨 CEO 다음 2위를 차지했다. 시벨의 주가도 지난 한 해 27달러 98센트로 48%가 떨어졌다.

 새너제이와 오타와 두곳에 본사가 있는 JDS유니페이스의 임원 4명도 10위안에 들었다.

 조지프 스트라우스 JDS CEO와 나중에 회사를 떠난 지타 콥 수석 부사장은 2000년 여름 2001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직전에 스톡옵션으로 각각 1억5080만 달러, 6950만달러를 벌었다. JDS는 이외에 그레고리 P 도어티 최고운영책임자와 도널드 R 시프리스 최고전략책임자에게 이들의 회사였던 SDL을 인수할 때 각각 1억2100만 달러, 7500만달러를 보너스로 지급했다.

 JDS는 이들 임원의 보너스를 결정한 시기인 2000년 7월은 통신산업 호황기로 당시에는 이 정도 수준의 보너스가 일반화돼 있었다며 보너스가 지급된 2001년 초에는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JDS는 그 뒤 도어티 최고운영책임자 주도로 4월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들에게는 SDL에서 받은 스톡옵션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거액의 보너스가 지급됐다. 이외에 지난 회계연도 JDS 임원 중 보수 순위가 5위인 앤터니 R 물러 최고재무책임자가 대부분 스톡옵션 행사 이익으로 367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보수에는 2000회계연도에 회사가 그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한 제트기 8400만달러가 반영된 것이다. 애플은 처음에 제트기 지급을 2000회계연도 급여로 산정하려다가 그가 비행기를 인도받은 때인 2001회계연도 보수로 바꿨다.

 2000년 급여순위가 1위였던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CEO는 상위 순위에서 빠졌다. 체임버스 CEO는 2001회계연도 급여가 26만8131달러에 그쳤다. 그는 연봉이 지난해 1달러로 깎였으나 몇달치 급여를 이미 받은 상태였으며 보너스는 한푼도 받지않았다. 하지만 시스코 이사회는 그에게 시스코 주가가 9년동안 매년 10% 오를 경우 3억2300만달러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역들이 받은 스톡옵션도 평균 10만주로 2000년 7만5000주, 지난 98년 5만주를 받은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