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무명가수 노래는 저작권 공짜"

 포크송 가수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인생과 로큰롤 스타라는 말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애리조나 출신의 이 가수는 연간 수백회 공연을 열지만 대부분 작은 술집이나 커피숍에서 공연한다. 그는 심지어 이발소에서 이발사와 단골 손님들을 위해 공연하기도 했다.

 그로스먼이 이런 무명의 가수이기에 공짜 음악 다운로드가 노래 저작권을 침해한다며 법정 안팍으로 투쟁했던 그룹 메탈리카나 닥터 드레 같은 유명 가수들과는 정반대로 공짜 음악 사이트 재오픈을 반기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로스먼을 포함한 많은 무명 가수들이 공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아마추어 감상평, 인기 순위 발표를 통해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거라지밴드닷컴 (Garageband.com)의 재개설을 반기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 99년 비틀스 프로듀서였던 조지 마틴밴드닷컴을 그로스먼 음악 CD 구매 정보 외에 클럽 주인이나 파티 주최측과 연결해 연주 계약을 맺어 주었다. 거라지밴드에서 그의 노래를 들은 한 팬은 노르웨이에 그의 팬 클럽이 있다는 e메일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로스먼은 “공짜 음악 파일 다운로드 때문에 음악 CD 매출이 준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시대에 뒤진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인터넷은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거라지밴드같은 사이트가 무명 가수들의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벌이는 시원치 않다.

 인터넷 언더그라운드 음악 아카이브(IUMA:Internet Underground Music Archive)는 지난해 파산 위기에 빠졌다가 온라인 음악 회사인 바이타미닉 (Vitaminic)에 인수되는 바람에 겨우 위기를 넘겼다.

 IUMA 제프 패터슨 창업자는 “IUMA닷컴이 지난 해 2월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섰을 때 E뮤직(EMusic)이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몰아내는 바람에 파산 위기에 빠졌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무명곡을 듣고 싶어하는 웹 서퍼들이 무명곡 CD를 반드시 구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터슨 IUMA 창업자는 “IUMA 무명곡 레코드 매출이 한 달에 10장 미만”이라며 “레코드 매출은 IUMA 수입의 극히 일부”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으로만 디스크를 판매하는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소형 인터넷 음악 판매사이트 CD베이비가 IUMA와 거라지밴드의 무명가수 레코드 판매를 취급하고 있다. CD베이비는 무명의 이른바 ‘독립 음악’ 온라인 판매 면에서는 아마존 다음으로 2위라고 자부하지만 아마존닷컴에 견주면 수입이 적은 편이다.

 이 회사 존 스튜업 부사장은 그러나 자사 수입이 지난 99년 10만달러에서 지난해 140만달러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CD베이비는 창업자인 데렉 시버스가 디스크를 가득 담은 등짐을 진 채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 디스크를 붙이곤 했던 지난 97년 이후 계속 순익을 내고 있다.

 CD베이비는 거라지밴드를 통해 판매되는 레코드를 포함해 레코드 가격을 가수가 결정하게 하지만 레코드는 보통 10∼12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CD베이비가 CD 1장 판매에 4달러를 챙기며 가수가 나머지를 다 갖는다. 가수는 CD베이비와 전속 판매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CD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

 CD베이비는 가수가 대형 음반회사와 계약을 맺을 경우 CD 장당 1∼2달러밖에 벌지 못한다고 전했다.

 거라지밴드와 IUMA같은 사이트는 레코드 판매 수입만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있다.

 패터슨 IUMA 설립자는 “IUMA 수입 대부분이 IUMA 사이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공연하는 콘서트 입장권 판매에서 나온다”며 “현재 노래 다운로드 유료화도 검토중이지만 다운로드 유료화 결정은 개별 가수에 맡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거라지밴드의 패트릭 코풀라 대변인은 “공짜 업로드(올리기)와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유료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료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나 가수에 대한 정보와 자문 서비스, 공연 기회 제공 등이 유료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거라지밴드는 한 때 레코드 계약금으로 당초 25만달러를 제시했다가 나중에 5000달러로 삭감했으나 이제는 그러한 계약금마저 사라질 전망이다. 코풀라 대변인은 “거라지밴드는 앞으로 자본이 덜 드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가들은 거라지밴드같은 사이트 전망을 처음에는 낙관했으나 닷컴 붕괴 이후 이들의 수입 전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IDC 멜라니 포지 분석가는 “사이트 방문객 중 돈을 낼 의향이 있는 방문객수가 극히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술집이나 차고에서 공연하는 무명 가수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공짜로 웹 사이트에 다시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크게 반겼다. 거라지밴드에 노래를 게재한 인디애나주 출신 가수 제니 드보는 “거라지밴드닷컴 방문객들이 내 노래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내 신곡을 찾아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