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서 내공쌓고 GPRS 세계시장 노크중

 최근 전세계 이동통신 기술이 음성 위주의 2세대(G) 서비스에서 3G 서비스로 이전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3G 서비스는 ‘꿈의 이동통신’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시설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세계 이통 업체들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이통 업체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2.5G 서비스다. 흔히 ‘cdma2000 ’ 또는 ‘GPRS’ 등으로 불리는 2.5G 이통 서비스는 기존의 시설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인터넷 검색과 사진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http://www.gartner.com)는 최근 펴낸 보고서(The Global Outlook for GPRS Adoption)를 통해 유럽을 대표하는 이통 기술인 GPRS의 도입현황 및 과제를 집중 분석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는 유럽을 대표하는 GSM을 발전시킨 2.5G 이동 통신 서비스로 최근 본거지인 유럽은 물론 미국 이통 사업자들도 속속 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서비스 이용 지역과 성능 등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이 100%의 GPRS 커버리지를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용자들의 경험에 따르면 아직도 ‘사각 지역’과 음성 서비스 사용 폭주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인구 밀집 지역의 일부 통신 사업자들은 음성 통화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간대에 데이터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또 가트너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도 통화량이 많은 지역에서 GPRS 서비스 중단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GSM 네트워크에서 GPRS의 가용성이 100%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2003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또 로밍과 대금 청구의 한계로 인해 현재의 GPRS 가입자들은 서비스 사업자의 자체 네트워크에 있는 경우에만 ‘상시 접속’을 보장받을 수 있다. 특히 유럽에서의 GPRS 로밍은 사업자들이 GPRS 로밍 익스체인지(GRX) 배치 분류를 끝내는 2003년 상반기중에 가능할 전망이다. 서비스 도달거리, 로밍 등의 문제와 함께 GPRS 서비스의 성능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여러 명의 사용자(보통 3∼4명이 동시 접속)가 한두 개의 12Kbps 타임 슬롯을 공유하는 경우 GSM 서킷 스위치 방식보다도 늦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인다(9Kbps 미만). 실제로 영국에서의 현장 테스트 결과 실질적으로 전송 속도가 10∼20Kbps에 지나지 않았으며 부하가 적게 걸리는 셀의 경우에도 35∼45Kbps의 속도밖에 나지 않았다.

 또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의 1xRTT 기술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선 GSM/GPRS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성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현장 테스트 결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1xRTT가 GPRS의 현장 측정 결과에 비해 2.5배 정도 빠른 측정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의 GSM 네트워크가 더 이상의 트래픽을 지원할 수 없어 이들 사업자는 용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GPRS는 음성 트래픽을 전송하는 것과 동일한 타임 슬롯을 이용한다는 면에서 GSM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가격 면에서 GPRS가 1xRTT와 비슷하지만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전반적인 네트워크 용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별도의 데이터 전송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부하가 많이 걸려 있는 GSM 네트워크의 음성 채널을 희생해야 한다.

 무선 통신 사업자들과 벤더들은 이미 90년대에 시분할다중접속(TDMA) 사업자들이 CDPD 기술을 소개했을 때에도 이와 유사한 음성 채널과 데이터 채널간의 조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이 경험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솔루션을 만들었다.

 전세계 통신 사업자들은 이제 GPRS의 네트워크 용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두 가지 중요한 대안들을 갖고 있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GPRS의 단점을 개선한 EDGE(Enhanced Data Rates for Global Evolution) 서비스를 하루빨리 도입하는 것이다. EDGE는 음성 용량은 증가시키지 않지만 슬롯당 데이터 전송량을 MCS4의 경우 최대 22.4Kbps까지 증대시키는 새로운 데이터 코딩 체계를 이용한다. EDGE2 사양의 일부인 AMR(Adaptive MultiRate) 압축 보코딩(compression vocoding) 기술은 다양한 비율로 음성 및 데이터를 다중화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대역폭을 배가시켜 용량을 증가시킨다. 사용자들은 EDGE용의 새로운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사업자들은 최소한 인프라용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기존의 2.5G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자들은 새로운 하드웨어 설치와 기지국 설치용 장소의 신규임대로 추가 용량을 제공하기 위한 셀 크기를 축소시킬 수 있다.

 또 서로 다른 시스템간에 발생하는 호환성 문제(레거시)를 걱정하는 사업자들이 일부는 EDGE를 채택하고 또 다른 일부는 단순히 더 많은 기지국을 확보하는,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통화용량 문제를 해결할 것이기 때문에 GPRS의 발전 양상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유럽=유럽의 GPRS 사업자들은 비교적 성숙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고객 기반이 음성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단문 메시징 서비스 보급률이 40∼60%에 달한다) WAP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가용성이 높아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GPRS를 도입하고 있다.

 GPRS는 또한 유럽 대학들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른바 ‘핫스폿(hotspot)’에서 Wi-Fi 보급률이 북미 지역에 비해 뒤지는 등 GPRS 서비스를 도입하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3G 네트워크의 초기 모델은 2003년과 2004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본격적인 3G 서비스인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 System)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GPRS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을 무시한 채 건너뛸 수도 있다.

 ◇북미=미국과 캐나다로 대표되는 북미 지역 이동통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최종 소비자들이 주로 PC 이용을 선호하며, 따라서 휴대폰을 이용한 SMS와 WAP 등의 서비스 가입을 그리 서두르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북미 기업들과 사용자들은 모바일 데이터 이용을 랩톱 접속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경향이 있으며 GPRS 대신 Wi-Fi나 다이얼업 접속을 선호한다.

 또 북미 지역 GSM 사업자들의 공통된 숙제로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이용한 cdma2000 1xRTT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CDMA 사업자들(예를 들면 스프린트PCS는 2002년 3분기까지 100% 커버리지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대응해 AT&T와이어리스와 싱귤러와이어리스는 2002년 말까지 AMR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와 같은 방식의 용량 문제 해결 시도로서는 북미 지역에서 최초가 된다.

 하지만 EDGE AMR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 단말기 공급업체는 아직 없으며 이 점은 가용성 문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낳고 있다. 스프린트PCS는 자사의 데이터 서비스 개시를 지원하기 위해 단말기 보조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GSM 사업자들도 단말기 보조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용량 개선을 위해선 인프라와 단말기 업그레이드가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북미 지역에서 GSM/GPRS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사업자들간 로밍 가능성 그리고 전반적인 규모의 경제를 통한 GSM 인프라 및 단말기 비용 감소와 같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북미 지역 주요 이통 사업자별로 GPRS 서비스 제공현황을 살펴보면 AT&T와이어리스가 올해 초 미국 최초로 GPRS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미국 13개 대도시 지역의 서비스 대상 인구 중 약 45%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 AT&T와이어리스 서비스의 가용성 측면에서는 아직 유럽 사업자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남미=남미 지역 사업자들은 셀룰러 데이터 서비스에서 북미 지역에 비해 최소 2년 뒤져 있다. 이들은 또한 TDMA 네트워크와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또 최근 최악의 경제사정 등으로 GPRS 서비스 개시가 늦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 넓은 지역에 GPRS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아직 3∼5년은 기다려야 하므로 기업들은 제한적인 서비스 범위를 예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PRS 서비스 전망은 매우 희망적이다. 최근 중국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올해 말까지 240개 주요 도시에서 GPRS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도 GPRS 붐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사용자들도 음성 통화 위주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 SMS 사용은 유럽에 버금가며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유럽보다도 훨씬 많이 이용되고 있다. 싱텔과 같은 아시아의 통신 사업자들은 GPRS 이용요금을 매우 낮게 책정하고 있지만 수요는 낮은 상태다. 다양한 이통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과 도달거리 확대 등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앞으로 호주·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뉴질랜드·필리핀 등과 같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GPRS 네트워크와 1xRTT 사이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뉴질랜드·홍콩 등의 지역에서는 GPRS와 1xRTT 서비스가 맞붙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