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은 꼭 한자(有感)로.
남북한 정보통신 담당자들간의 첫 만남이 최근 평양에서 이뤄졌다. 지난 2000년 7월, 하나로통신과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삼천리총회사가 ADSL용 스플리터와 마이크로필터 임가공 계약을 체결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남북 IT교류가 그동안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북채널 부재로 민간교류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난 2000년 7월 24일, 평양을 방문했던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하나로통신은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간의 통신망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우선 남한의 통신장비기술과 북한의 인적자원을 결합시키는 통신장비 임가공 및 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협력을 택했다. 북한측도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IT산업에 있다고 인식하고, 하나로통신과의 사업협력에 매우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하나로통신이 평양 시내에 설립한 750평 부지의 공장에서는 현재 ADSL용 신호분배기의 임가공품 생산과 남북 합작 3D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 남한의 IT기술과 북한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결합해 상호 윈윈 하겠다는 전략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북 IT교류에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예를들어, 육로 수송로가 확보되지 못해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비용부담을 겪고,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점은 지금까지도 남북 IT교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남북 IT교류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의 체제로 재편됐다. 북한의 낙후된 통신 인프라의 현대화도 물론 좋지만, 이미 북한에 진출한 IT분야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진출했던 통신사업자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철저히 검토하고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직접 가서 사업을 수행해본 기업의 경험을 교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남북 IT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남북경제협력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하나로통신 사장 신윤식 shin@hana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