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SI 프로젝트 남북 협력

 ◆김문규 KT 플랫폼연구팀장

 6·15 남북공동성명 이후 2년이 경과됐지만 SI사업이나 인터넷 응용 등 정보통신산업의 직접적인 남북간 기술협력 분위기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남한과 북한의 정보기술 교류와 협력을 위한 방안으로는 북한의 기초기술과 남한의 응용기술 및 자본의 결합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일류급인 남한의 초고속망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바탕 위에 남북 IT교류 협력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시스템통합(SI)분야다. SI분야는 현재의 수준에서 남북한의 기술과 인력 및 자본이 결합했을 경우 가장 시너지효과가 큰 분야로 예상된다. SI는 또한 사업 대상을 남한과 북한뿐 아니라 제3국가로 확대했을 경우 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남한과 북한이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해 나간다면 한반도가 동남아의 IT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지난 90년부터 평양을 비롯한 주요 50개 도시를 연결하는 광케이블 설치를 완료해 나름대로 기간통신망 인프라를 갖췄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충분히 활용할 응용기술이나 연관된 SI프로젝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SI프로젝트 공동개발을 위한 기술인력의 확보도 미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한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지난 92년 초 남북간 공동합의문 협의 시 정보기술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최근에도 남한에서는 IT 분야의 활발한 교류·협력을 위해 북한에 인터넷교육센터 설립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부문 개방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정책 미흡 등으로 아직 남한의 제안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협력방식도 직접적인 교류보다는 제3국을 통한 우회적 협력사업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력양성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5월 로동신문에 ‘정보기술 인재양성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강성대국 건설의 지름길’이라는 사설에서 IT분야 인재육성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을 감안, 지난해 남한에서 제안한 것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이 남북한이 평양에 정보과학기술대학을 공동설립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이미 남북한이 합의해 최근 캠퍼스 착공을 위한 첫삽을 뜨는 등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기존 대학에서는 포항공과대학교가 북한의 평양정보쎈터와 IT분야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고, 한양대학교는 김책공업종합대학에 2명의 교환교수를 파견하기도 했다.

 민간부문에서는 이미 중국의 단둥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하나프로그람센터라는 합작회사를 설립, SI프로젝트 공동수주의 발판을 마련해놓고 있다.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남한 또는 제3국이 활용할 수 있는 북한 기술자 대상의 SI인력양성사업에 나서고 있다.

 SI사업 분야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국제적으로 기술경쟁이 치열하고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SI는 IT분야의 핵심기술과 표준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할 필수분야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IT전문인력 양성 노력과 남한의 대북 직접교류 협력 노력 등이 경주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호신뢰의 바탕에서 남북한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나간다면 새로운 IT교류 협력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SI분야에서의 사업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서 민족의 공동번영은 물론 정보화 수준 향상에 따른 통일비용 절감, IT 교류분야의 확대에도 매우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