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中企 `PL 대응` 전략

 ◆정규창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국장, kc4304@smba.go.kr

 

 중소기업청 사람들이 중소기업 경영인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습니까” 또는 “돈 빌리고 사람 구하는 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물책임(PL)법 대책이 잘 되고 있습니까”고 묻는다. 중소기업의 생사를 소비자가 좌지우지하는 PL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PL법 시행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PL법이 뭡니까.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라고 되묻는 등 관심이 매우 낮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93년에 시행된 PL법은 소비자의 권익을 보장하고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PL법은 대응을 잘할 경우 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담보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결함을 입증하는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었다. 그러나 PL법 시행 후에는 그 반대다.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신체나 재산에 손해를 입게 되면 제조업자나 공급자가 고의·과실에 관계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

 PL법을 일찍부터 시행한 선진국에서는 소송에 걸려 막대한 배상금 부담으로 회사가 망하고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수명이 끝나는 예가 많다. 미국에서는 PL법 시행 이후 많은 기업이 도산했으며 일본에서도 소비자들의 소송건수가 2배나 늘었다. PL소송 대상제품은 전기전자·의약품·운동기구·자동차·생활용품에서부터 군사무기와 성기능치료제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PL법이 시행되면 빙과류·선풍기·에어컨 등 여름철 성수제품에서부터 부탄가스, 어린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문구나 완구제품 등이 태풍 같은 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PL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이다. PL법 시행으로 중소기업은 완전무결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여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어렵더라도 전사적인 PL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완벽한 수준의 제조물책임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불량품을 만들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한 품질관리운동을 추진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또한 다양한 입장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적절한 방어책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활동은 제조·조립·운송·판매 등 다양한 경로로 이루어지고 있다. 모기업과 이들에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기업간의 관계가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통신판매나 전자상거래의 확대로 홈쇼핑시장 규모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제조업자·조립업자·운송업자·판매업자 등 기업들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거래방식에 따른 책임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PL법은 285만 중소기업체에 적용되고 31만개 중소제조업체는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들어 있다. PL법은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안전성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PL법 시행은 세계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국경을 뛰어넘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중소기업에 PL법은 제품의 안정성 향상만 이루어지게 되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된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의 PL법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청과 유기적으로 협력, PL법 파고를 극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해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