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통신업체 월드컴 CEO인 바니 에버스와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 CEO인 조지프 나치오가 경영실적 부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들 못지 않게 실적이 나쁜 유럽 통신업계 CEO들에게도 사임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유럽 통신서비스 업체 CEO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현재 교체 1순위로 꼽고 있는 CEO는 프랑스텔레콤(FT)의 미첼 봉 회장이다. 전문가들은 FT가 610억유로(약 70조8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워 곧 신주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이를 계기로 미첼 봉 회장을 교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도이치텔레콤(DT)의 CEO인 론 소머 회장도 자리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DT는 우선 부채규모가 672억유로에 달해 유럽 통신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데다 소머 회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임원들의 급여를 90%나 인상한 후 투자자들 사이에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역시 DT의 대주주인 독일 정부도 오는 9월 실시되는 선거 이후에 소머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영국 보다폰의 CEO인 크리스토퍼 겐트 회장도 최근 빈약한 경영 성적에 비해 보너스가 너무 많다며 구설수에 오르는 등 좌불안석이다. 그는 연간 1000만파운드(약 181억원)의 보너스를 보장받았으나 최근 이를 경영실적에 따라 차등지급받기로 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