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한국팀의 8강 진출에 열광하고 있다. 1년 6개월 전 단 1승을 위해 영입했던 히딩크 감독은 16강을 넘어 8강까지 한국팀을 올려 놓았다.
탁월한 승부사적 기질, 경기를 읽는 눈,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 등 그의 능력에 대한 경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들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해라’에 익숙했던 선수들을 ‘∼하자’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점은 최고경영자가 직원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한 동지로서 받아들여지는 벤처의 속성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벤처라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작전을 짜고 지휘해야 하는 감독 자리에 있는 중기청만은 아직도 ‘∼해라’ 혹은 ‘∼하지 말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벤처기업들의 창업보육센터와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잘못되거나 미흡한 사안에 대한 당연한 지적이었고 중기청 또한 이 같은 점을 인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중기청은 해결방법에 있어서 전혀 다른 양면성을 보였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필요없는 잡음(?)’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입단속부터 시켰다. 참석자들은 ‘쓸 데 없는 말을 하고 다니면 재미없다’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같은 중기청의 경고에 각종 자금 및 정책지원을 받아야 하는 벤처기업이나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들은 괜히 중기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당연히 자신들의 요구나 필요한 사항에 대해 더이상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다.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니 사업이 잘되는지 안되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게 됐다. 잘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처가 곪아 뼈까지 상하게 한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월드컵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국팀의 선전은 축구 외에도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고 또 변화시키고 있다. 이 변화가 중기청을 벤처 위에 군림하지 않는 공복으로 변화시키길 기대해 본다.
<디지털경제부·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