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CMM을 통한 SI산업 국제화

◆조동성 시스템통합기술연구원장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능력성숙도모델(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이 국내 SI업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데 CMM 인증이 필수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CMM은 미국 국방부가 발주하는 SI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기업의 입찰자격 심사를 위해 지난 84년 카네기멜론대학 부설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에서 개발한 제도다.

 소프트웨어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아무런 경영관리시스템이 없는 기업은 초기단계(initial stage)인 1등급을 받고, 시스템 개발의 과정에 대한 매뉴얼을 갖추고 이에 따라 개발작업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기업은 반복단계(repeatable stage)인 2등급을 받는다. 시스템 개발이 전사적 차원에서 모든 부서의 업무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가운데 일어나면 정의단계(defined stage)에 해당하는 3등급을 받고, 개발 과정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개선방법을 찾아서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면 관리단계(managed stage)인 4등급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작업을 통해서 개발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이 일어나면 최적화단계(optimizing stage)인 5등급을 받게 된다.

 CMM은 인도, 아일랜드 등 SI산업의 강국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SEI의 2002년 3월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69개 조직이 5등급을 받았으며 그 중 인도 46개, 미국 19개, 중국 2개, 그리고 캐나다와 러시아 조직이 각 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비로소 2개사가 3등급을 받아 아직 먼 길을 가야 할 입장이다.

 현재 세계 SI시장은 고가 시장을 대상으로 한 미국과 중저가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인도가 과점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한국은 어느 곳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국제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국내 SI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자와 싸워 이기는데 필요한 다음 세가지 요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기술인력이다. 우리나라에는 7만명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인력이 있다. 미국의 1040만명, 인도의 42만명에 못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인구 400만의 아일랜드가 대학생 10명중 6명이 이공계를 지망하면서 SI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볼 때 우리 기술인력도 앞으로 10만명은 되어야 세계 SI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숫자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인력의 수준이다. 이들은 국내에서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발전하는 첨단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스리랑카, 중국의 저임 기술자의 가격경쟁력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SI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기술자들이 발주자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하는데 우리 기술인력이 영어구사 능력에서 뒤떨어지는 것도 취약점이다.

 둘째는 시장구조다. 국내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SI업체들은 매년 40% 이상 성장했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성숙하면서 과거와 같은 성장률은 기대할 수 없게 됐고 SI기업들은 이제서야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셋째는 경영능력이다.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및 가격은 물론, 품질, 서비스 면에서도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고객은 원하는 시스템을 정해진 시간 안에 납품받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세계시장 진출 경험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외국 고객이 안심하고 프로젝트를 발주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는 실적에 따라 기업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SI기업들이 CMM 인증을 통해 위 세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는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층이 CMM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이 제도가 갖는 의미를 파악하고 경영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때 우리 SI업체들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