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나는 지금 당신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었으며, 또 회사의 주력 제품을 직접 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인 ‘마이크로소프트 뮤지엄’에 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반가운 마음에 당신을 보러 왔건만 ‘지구촌 IT 대통령’인 당신은 너무나 바빠서 볼 수가 없군요. 하기야 한국에 있는 지사장도 “일년에 20번 정도 그를 보지만 내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바쁜 사람”이라고 하니 당신을 못만났다고 해서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1월이지요. 바이러스에 견디다 못한 당신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보안을 최우선에 두는 ‘트러스트워딩 컴퓨팅(Trustworthing Computing)’을 발표한 때가 말이예요. 하지만 당신의 바람과 달리 이후로도 익스플로러, 아웃룩 심지어는 그 유명한 엑셀에서도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지요. 급기야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이 숨쉬고 있는 이곳 레드먼드 본사에서 한국으로 보내진 닷넷 소프트웨어에 님다라는 바이러스까지 함께 실려갔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B형, 사실 내가 있는 땅에서 당신은 대스타입니다. 대학에 막 들어간 우수한 컴퓨터 전공자들이 하나같이 ‘한국의 빌 게이츠’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뿐입니까.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까지 앞장서 당신을 닮으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물론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에게 눈엣가시 같은 스콧 맥닐리 같은 존재가 한국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독점력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만의 천재일 뿐”이라며 당신을 폄하하지요. 하지만 사실 나는 세계 최대 갑부인 당신이 ‘한국의 그들’과 달리 건강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에 대해 멀리서나마 후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문맹과 에이즈 퇴치 등 각종 국제적 자선활동에도 열심이지 않습니까.
B형, 이런 사실을 혹 알고 있는지요.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아 계량화하기도 힘든 미생물이 거대한 고래를 넘어뜨린다는 것을요. 닷넷의 님다 바이러스 소동을 이곳에서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신의 최대 적은 IBM도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오라클도 아니라고. 바로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공룡을 넘어뜨리는 것은 어쩌면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언제 다시 이곳을 방문할지 모르지만 그때에는 만나서 반갑게 악수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당신의 건투를 빕니다.
<시애틀(미국)=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