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월드컵종합상황실장 주종옥
요즈음 길거리는 온통 붉은 물결이다. 서울 중심인 광화문과 시청, 지방의 각 도시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붉은 물결이 일렁인다. 할아버지·할머니부터 어린이들까지 ‘대∼한민국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이처럼 지역과 세대·계층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됨’으로써 전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아니 우리 스스로가 내재된 힘에 더욱 감탄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민족 고유정서인 신바람에 불을 당겼는가. 그것은 48년 동안 우리에게 불가능하게 보였던 월드컵 16강과 기적 같이 8강의 꿈을 태극전사들이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이 이뤄낸 새로운 역사창조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선발 단계에서 지연·학연을 배제하고 기초체력과 하고자 하는 열정을 중시했다고 한다. 또 우리 체질에 알맞은 전략, 즉 스피드와 조직력으로 기술을 제압하는 멋진 우리식 압박축구를 만들고 이를 체계적으로 갈고 닦아왔던 것이다.
이번 2002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 못지 않게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의 IT기술다. 그동안 IT분야에 종사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이 IT강국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일반 외국인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IT강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우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기 전에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숙박·관광·교통 등에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정비해 월드컵조직위 홈페이지와 연동시키고 외국인 주요 동선인 공항·숙소·경기장·시내중심지 등에서 초고속인터넷, 디지털TV, 3세대 이동통신기술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전세계 6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개막식 행사에도 첨단 IT기술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멀티 퍼포먼스를 연출해 찬사를 받았으며, 월드컵 개최도시에 설치한 10개의 IT기술체험관은 외국인 7만여명을 비롯해 연인원 80만여명이 방문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동전화 단말기도 약 2만여대를 준비해 주요공항과 프레스센터가 있는 코엑스 등에서 빌려주고 있는데 이중 1만9000여대가 대회 초기에 임대됐다.
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이 경기장에서 찍은 사진이나 기사를 즉시 송고할 수 있도록 초고속 무선랜을 서비스했고 우리의 IT기술체험관, 대형 PC방과 정보화 시범마을인 황둔마을 등을 직접 둘러볼 수 있게 한 테마투어 프로그램에는 미국·독일·프랑스·중국 등 외신기자 100여명이 참가해 모두들 우리의 IT기술 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아시아 25개국 장·차관 및 대사 등 200여명이 참가한 아시아 IT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 지역의 정보격차해소와 IT분야에서의 공동협력 등이 포함된 서울IT선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6월 4일부터 5일까지 OECD 초고속인터넷 워크숍과 세계 CDMA 운영자 세미나 등을 개최했다. 17일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이 UN 특별총회에 초청받아 IT강국으로 성장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소개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은 50여가지로 프로그램이 하나하나 선보일 때마다 국내외 기자들이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IT월드컵’이라는 단어는 신문·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고유명사화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담당국장을 직접 보내 한국의 IT산업 발전상을 전세계에 알렸으며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도 월드컵 장외경기에서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CNN방송은 국내 제3세대 통신서비스를 집중 소개했고 독일·중국·일본 등의 신문과 방송도 우리의 IT기술을 크게 보도했다. 이에 힘입어 벌써 삼성SDS가 중국 관광정보화 프로젝트, KT가 인도네시아 e정부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자만하면 안된다.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외국인들의 뇌리속에 심어준 IT강국 이미지가 흐려지기 전에 우리기술과 상품의 수출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