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파산한 네덜란드 통신업체인 KPNQwest의 보유자산 처리문제에 대해 유럽 통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인터넷 트래픽의 약 25%가 이 업체 소유의 광통신망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처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유럽 인터넷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KPNQwest의 광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유럽의 인터넷 관련 업체들은 AOL이나 도이치텔레콤, 텔레콤이탈리아 같은 굴지의 ISP들에서부터 블룸버그(Bloomberg) 같은 통신사들, 그리고 소규모 인터넷 관련 업체에 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약 10%의 업체들은 지난달 KPNQwest가 파산하면서 자신들의 기간 인터넷 통신망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업체들은 KPNQwest의 광통신망 이용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광통신망이 유럽에서 가장 빠른 최신의 인터넷 트래픽을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그간 KPNQwest의 광통신망 매각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얼마 전 아일랜드의 통신업체 eTel이 KPNQwest의 광통신망 매입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영국의 콜트텔레콤(Colt Telecom) 또한 비슷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적인 매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80억유로에 달하는 KPNQwest의 부채 대부분이 이 광통신망 설치비용과 관련돼 있어 그 처리 과정이 복잡한데다 이 회사의 부채청산인과 잠재적인 매입기업 사이에 통신망 평가가격을 둘러싸고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KPNQwest의 통신망 매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6월 중순 유럽의 인터넷 트래픽은 큰 위기를 맞았다. 이 업체의 파산으로 약 2주간 봉급을 받지 못한 70여명의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광통신망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런 위기상황은 KPNQwest의 부채청산인과 엔지니어 노조 사이의 마라톤 협상으로 일단 해결됐다. 이달 말까지 부채청산인이 회사의 광통신망을 타 업체에 매각해 밀린 임금을 지불한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광통신망 매각에 대한 뚜렷한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유럽의 인터넷 트래픽은 또다시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KPNQwest의 엔지니어인 그레이엄 킨지는 BBC 등을 통해 “솔직히 네트워크가 다운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네트워크처럼 주요 인터넷 통신망이 다운돼 본 경험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KPNQwest의 통신망이 두절될 경우 적어도 여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의 중소 인터넷 업체들은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의 통신망 매입에 흥미가 없는 다른 통신업체들일지라도 그 매각 추이만큼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