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샌프란시스코 밀밸리 주민 15%가 재택근무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건너편 밀밸리는 조용한 베드타운같이 보이지만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처럼 모든 일이 이뤄지는 곳이다. 조 클래드웰은 밀밸리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백만장자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여행 매니저인 로빈 톰슨도 웰스파고나 오라클 같은 대기업의 출장과 회의, 호텔 예약 등의 업무를 집에서 처리한다. 컴퓨터 컨설턴트 마릴린 잭슨도 하루에 3명의 고객을 상대하며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 재택 근무자 중 일부다.

 미 통계청 수치에 따르면 1주일에 3∼4일 집에서 일하는 재택 근무자가 지난 90년 340만명에서 2000년 420만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밀밸리는 1만4000명 전체 주민의 15.4%가 재택 근무자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재택 근무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1주일에 1∼2일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수백만명으로 이들을 포함시키면 실제 재택근무자는 훨씬 많다.

 UC데이비스의 패트리셔 목타리언 환경공학과 교수는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경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매주 일정 시간 집에서 일하는 미국인은 지난 99년 1960만명에서 2001년 2800만명으로 42% 이상 늘어났다. 국제재택근무협의회의 팀 케인 회장은 재택 근무자 대부분이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정체가 심한 뉴잉글랜드와 동부 및 서부 해안지역 거주자들이라고 밝혔다. 국제재택근무협의회가 조사한 재택 근무자 중 3분의 2 이상이 재택 근무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밸리는 특히 재택 근무자가 많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랩톱, 휴대폰, PDA를 가진 이들이 마을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데포서점과 카페에서 일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매장의 직원인 피터 그루만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작가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소매 혹은 부동산 종사자 등 그 구성이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컴퓨터 방화벽을 이용해 안심하고 기업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 관련 통신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않게 된 것이 재택 근무자가 늘어나는 한 배경이다.

 캐나다 여행협회의 매니저인 톰슨은 “고객이 내가 보낸 e메일을 오전 5시나 밤 10시에 받아보고 아주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20년 호텔업계 마케팅 분야에 몸담은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재택 근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톰슨은 과거 같으면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러시아워에 금문교를 건너야 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고 새벽까지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필요한 경우 저녁 시간대로 일을 미루고 그녀의 13살난 딸을 돌볼 수 있어 좋다. 재택 근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재택 근무로 생산성이 낮아지는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톰슨은 “사무실 잡담을 피하고 다른 사무실의 방해를 받지 않는데다가 출퇴근을 하지않아 일의 효율이 배가된다”고 밝혔다. 재택 근무는 컴퓨터, 전화, 다이얼업 모뎀, 인터넷 접속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상당수 소규모 가내기업이 인터넷에 점포를 차리고 서비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윈저에 있는 싱크탱크인 분산작업연구소의 찰리 그랜트햄 수석 과학자는 “1시간 반 혹은 2시간 운전하며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며 “미 기업들은 근로자의 근무장소와 상관없이 근로자와 일을 연결시켜주는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인스탯/MDR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광대역 서비스 가입자 800만명 중 60% 이상이 일반 거주자로 이중 상당 부분이 재택 근무자들이다. 필라델피아의 보험회사인 시그너는 4만3000명 직원 중 2100명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재택 근무를 위해 별도의 훈련을 받고 홈 오피스 장비와 기술지원까지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재택 근무를 실시한 후 생산성이 15% 높아지고 일부 부서의 이직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시그너는 회합이나 사회적 접촉이 필요한 재택 근무자를 위해 ‘터치다운 공간’이라는 연락사무실을 250개 산하 사무실내에 설치했다. 재택 근무자는 터치다운 공간으로 걸려오는 직통전화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받을 수 있다. 원격지에 거주하는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이미지 소프트웨어업체인 샌머테이오의 사이매직스는 기술자 확보 차원에서 1주일에 2일간 재택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