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전송속도를 대폭 높인 USB 2.0을 지원하는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기 시작함에 따라 USB와 파이어와이어간의 주변기기 인터페이스 표준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C넷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주요 PC 업체들이 대부분 USB 2.0을 지원하는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대응해 애플컴퓨터는 파이어와이어(IEEE1394)의 속도를 배로 높인 IEEE 1394b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C넷은 사용이 손쉬운데다 많은 업체들이 지원하고 있는 USB 2.0이 대세를 차지하고 파이어와이어는 일부 틈새시장에서 자리잡을 것으로 점쳤다.
◇USB·파이어와이어 속도 경쟁 치열=USB 2.0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기존 USB 1.1의 12Mbps보다 수십배 빠르고 파이어와이어의 400Mbps보다도 빠른 480Mbps에 달한다. 그동안 USB 2.0 지원 제품의 출시 지연으로 약 2년간 인기를 모아왔던 파이어와이어 진영은 이에 대응해 데이터 속도를 800Mbps로 끌어올린 IEEE 1394b 규격을 내달 개최되는 맥월드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속도는 CD 한 장에 담긴 콘텐츠를 단 몇 초만에 모두 전송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97년 발표된 USB는 윈도98이 등장하기까지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이후에도 PC 업체들이 광범위하게 채택하기는 했지만 늦은 속도 때문에 주로 마우스나 프린터를 위한 1, 2개 포트만 채택, 제한적으로만 활용돼왔다.
◇USB2.0 채택 PC 출시 봇물 전망=올해 주요 PC 업체들은 USB 2.0을 지원하는 신제품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각종 포트를 6개의 USB 2.0 포트로 통합·대체한 신제품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델컴퓨터는 USB 2.0을 데스크톱과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표준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 델컴퓨터의 기술 에반젤리스트인 브라이언 주커는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등을 연결하는 각종 포트를 제거하고 이를 USB 2.0 포트 6개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트웨이 역시 연말까지 USB 2.0으로 완전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으며 저가 PC업체인 e머신즈도 이미 USB 2.0 모델 판매에 나섰다.
USBIF(USB Implementer’s Forum)의 회장이며 인텔의 기술 메니저인 제이슨 질러는 “올해말까지 80∼90%의 인텔 PC가 USB 2.0을 채택할 것”이라며 “올해 노트북 PC에도 많이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인스탯/MDR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오룩은 “브랜드 업체들은 연말까지 대부분 USB 2.0을 채택하겠지만 중소업체들은 2003년초 말이나 2004년까지 USB 2.0으로 완벽히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USB 2.0에 비해 1394b를 적용한 신제품 출시는 두드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94TA(Trade Association)의 전무인 제임스 스나이더는 “올해말에 적어도 1개 이상의 일본 업체가 1394b를 지원하는 컴퓨터와 가전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USB 2.0 대세 전망=애널리스트들은 가격이 싸면서도 사용이 편리하고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USB 2.0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텔이 USB 2.0을 지원하는 최슨 데스크톱 PC 칩세트를 이전 칩세트와 같은 가격에 내놓은 것을 비롯해 비아가 USB 2.0 지원 통합 칩세트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엔비디아도 곧 비슷한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PC 업체들은 별도의 전용 칩세트 없이도 USB 2.0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비해 파이어와이어는 애드온 카드를 필요로 하는데 이 카드는 단가가 10달러이며 유통 가격은 40∼50달러선에 달해 가격 압박을 받고 있는 PC 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델컴퓨터의 주커는 “USB 2.0은 지금까지 우리가 원하는 모든 요구를 총족시켜주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 IDC의 애널리스트인 로저 케이는 “USB 2.0이 보다 가격 효율이 뛰어나다”며 “파이어와이어가 당분간 살아남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인스탯의 오룩은 파이어와이어가 “비디오 편집과 같은 분야에 뛰어나다”며 “파이어와이어가 틈새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변기기 시장에도 큰 영향=애널리스트들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USB 2.0이 확산되면 외부 CDRW 드라이브와 디지털 카메라의 판매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퓨터 이용자들이 USB 2.0의 빠른 속도를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비디오를 CD나 DVD로 굽거나 데이터를 외부 하드디스크에 백업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델의 USB 2.0포트는 MP3 플레이어에서 200곡을 53초만에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는 USB 1.1을 이용할 경우 10분이 걸리는 작업이다.
오룩은 “USB 2.0은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외장 광학 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디지털 카메라도 고해상 사진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의 경향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