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드컵 이후 경제 챙기자

 정신력과 투지의 승리였다.

 지난 22일 광주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월드컵 8강전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사투 끝에 사상 처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축구 대표팀이 거둔 신화를 지켜본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세계인도 온 국민이 ‘붉은악마’가 돼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대한민국의 응집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승까지 내다보고 있다. 유럽 강호들을 차례로 꺾은 지금의 기세라면 우승컵도 가능하다는 설레임으로 전국 곳곳이 붉은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내친 김에 우승을 차지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축구 변방에서 벗어났고 온 국민이 하나돼 감정과 반목을 허무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새삼 확인했고 저력과 끈기를 세계 만방에 떨쳐 ‘코리아’라는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다.

 그렇지만 스포츠나 심리적인 면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성급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월드컵기간 성공적으로 수출계약을 체결하거나 외자를 유치했다는 기업들의 소식이 아직 들리지 않는다.

 월드컵은 경제적으로, 특히 IT 강국인 우리가 세계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월드컵 효과가 경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고 대회를 성공리에 치렀다 해도 무주공산에 불과하다.

 다행히 정부와 재계가 이번 월드컵의 열기와 기세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포스트 월드컵’을 모색하고 있어 기대된다. 또한 학연·혈연·지연에서 벗어나 선수를 선발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기초를 다져온 히딩크식 경영논리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어 고무적이다.

 월드컵은 이제 1주일 뒤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변과 돌풍의 주역으로 세계를 경악시킨 축구처럼 경제에서도 ‘8강’ ‘4강’의 신화를 창조했으면 좋겠다.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월드컵 이후의 경제를 준비해야 할 때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