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시스템온칩시장 고도성장 `부푼꿈`

 시스템온칩(SoC) 시장이 뜨고 있다. 에릭슨의 신형 T66 휴대폰은 3년전만 해도 50개 칩이 들어갔으나 이제는 4개 칩이 같은 기능을 한다. T66은 이처럼 칩을 통합시켜 에릭슨 제품 중 최소형이면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다기능 제품이다. 이 칩을 에릭슨에 공급한 내셔널세미컨덕터의 루이스 추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는 전형적인 SoC로 무선과 디지털 처리, 전원 관리, 오디오 기능을 4개 칩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는 실리콘 크기는 줄이되 더 많은 기능을 집적시키는 칩 통합에 힘을 쏟아왔다. 이에 따라 이제는 성냥 머리 크기만한 칩 자체에 완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해져 휴대폰이 손바닥 크기의 컴퓨터같이 되고 소형 핸드헬드 기기가 휴대폰 기능을 겸비하게 되었다. 이 SoC는 비디오, 웹서핑, 비디오 게임기 그리고 인터넷 구현 비디오 녹화기능을 고루 갖춘 셋톱 TV 박스에도 이용된다.

 여러 개 칩이 수행하던 기능을 하나의 칩이 실행하도록 만든 SoC는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은 반도체업계의 새 성장의 돌파구다. 인텔의 경우 생산하는 모든 칩에 무선 주파수 부품을 통합시키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핸드헬드기기에서 PC에 이르는 모든 기기가 상호 연결되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가 본격 열리게 된다.

 무선기술은 개별 칩에 통합되는 여러 기능의 하나며 첨단 전력 관리, 비디오 인코딩, 오디오 프로세싱기능도 칩에 레고 블록처럼 통합되고 있다. SoC는 가전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IBM의 신형 Cu-08기술은 개별 칩 부품내의 전압을 바꿀 수 있어 특정 기능을 이용할 때만 전원을 공급해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서버, 라우터, PC, 휴대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자동차 부품에서 접시닦는 기계에서 전자문고리에 이르는 모든 실리콘 제품을 변혁시킨다.

 엔비지니어링 그룹의 리처드 도어티 연구실장은 “최근 수년동안 PC칩보다 비PC 컴퓨터 칩이 훨씬 더 많이 판매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컴퓨팅을 처리하는 칩은 데이터를 메모리칩이나 다른 칩에 보냈지만 SoC는 기능을 통합시켜 데이터의 이동 필요성 자체를 없앴다. 이에 따라 MP3플레이어나 인터넷 라우터 등 기기의 전력 소모가 줄어들고 성능은 더 빨라진다. SoC를 사용하면 각종 시스템의 크기를 줄이고 조립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으며 제조비용을 줄이고 출하시기를 단축하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인텔의 펜티엄 칩이나 AMD의 애슬론 칩같은 일반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설계, 제작, 시험에 몇 년의 기간이 걸리지만 가전제품은 제품주기가 훨씬 짧아 SoC를 이용한 단일 운용체계가 요구된다. SoC 시장이 성장하면서 프로세서 설계업체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ARM, MIPS테크놀로지스 등 업체는 지난 해 매출액이 8억9200만달러로 25%가 늘어나 전체 반도체산업 매출이 32%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상이한 부품으로부터 단일 칩을 제작하는 기술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아주 까다롭다. 모토로라의 안 하워드 SoC 아키텍처 기술책임자는 개별 부품에 이용하는 시험장비와 인증기술이 부품들이 일단 같은 실리콘에 통합되면 쓸모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단일 칩에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능을 통합하는 일도 쉽지 않다.

 추 내셔널세미컨덕터 CFO는 “제과점 개업시 반죽은 잘하는데 표면 처리를 잘못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이를 빗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기술책임자는 “인텔 칩에 무선 부품을 통합시키는데 기술적 장애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내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