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산업` 발전 계기 돼야

 벤처자금이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화콘텐츠(CT) 산업계로 몰리고 있다.

 문화산업투자조합 자금액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 벤처캐피털회사가 조성한 문화콘텐츠 관련 벤처자금이 6000억원에 이를 정도라니 그 열기를 짐작할만하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의 대중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CT산업의 발전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CT시장에 부는 벤처열풍은 반가운 조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99년의 벤처열풍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코스닥시장 침체로 투자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거의 모든 벤처기업들이 본연의 임무인 기술개발보다는 자금확보에 매달려왔다. 이러한 사정은 CT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가 CT산업에 벤처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급속히 유입되는 벤처자금이 뛰어난 기술력과 독창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CT관련 벤처기업 및 산업발전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CT벤처 분야로 자금이 몰리는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쉬리와 리니지 등이 성공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집중되고, CT를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3개의 문화산업투자조합을 결성해 총 2666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던 문화산업부가 올 상반기 중 6개의 투자조합을 추가로 결성한데 이어 투자조합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사후지원과 검증되지 않은 문화콘텐츠 기업의 투자설명회를 상설화하는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KTB와 산은캐피탈 등 9개 주요 벤처캐피털이 올 총투자액(6541억원)의 25%인 1600억원을 영화와 게임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투자키로 하고, 여타 투자사들의 문화콘텐츠 투자비중도 확대되는 등 CT산업으로 몰리는 벤처자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부문에 대한 벤처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벤처투자시장이 침체되면서 돈굴릴 데를 찾지 못하고 있던 엔젤들이 엔터펀드에 몰려드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나 대다수가 영화와 게임 부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모처럼 불고 있는 CT열풍이 음악이나 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 등 다른 콘텐츠 분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물론 투자대상 다양화의 선결과제는 다른 문화콘텐츠 시장의 성숙이다. 하지만 조합의 손실부담을 정부와 투자조합 운영집행조합원에게 동일하게 배분해 온 기존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의 문화콘텐츠 진흥정책과 투자조합의 활동을 연계하게 되면 다른 분야로의 투자도 늘어나게 된다.

 또 일부 금융권 자금까지 몰리면서 영화 시나리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제작사가 영화를 만드는 등 재현되고 있는 묻지마 투자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자칫하면 벤처투자시장처럼 한꺼번에 몰락할 수 있다.

 벤처투자는 말 그대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업모델이다. 따라서 단순한 수치상으로는 성공확률보다 실패확률이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투자열기가문화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