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진정한 IT강국

 ◆이현주 리버스톤네트웍스코리아사장

 

 세계가 한국의 IT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 박람회 세빗의 개막연설에서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독일이 한국을 제외한다면 가장 IT기반이 성숙한 나라”라며 우리의 자존심을 세워줬고, 세계적인 IT기업의 CEO들이 월드컵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결 같은 목소리로 한국의 IT인프라 스트럭처를 칭찬하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전국이 네트워크화돼 있고 어느 곳에서든 수초 내에 접속할 수 있는 IT환경은 분명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며 자산이다. 여기에 언제나 빠른 변화를 원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취향과 다이내믹한 국민성은 우리나라 IT산업의 발전을 이끌면서 세계 IT기업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잘 갖춰진 IT환경을 어떻게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나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가기보다는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하거나 막연히 이런 환경이 우리의 경쟁력을 확보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잘 갖추어 놓은 환경을 외국의 앞선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체크하고 시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테스트 베드’의 역할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우리 자신이 능동적으로 기술과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자명하다. 전세계 IT기업의 주목을 받고 그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을 배경으로 무한 경쟁논리 속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첫째, 기술경쟁력의 확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벤처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 퀄컴의 경우 지속적인 R&D를 바탕으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이라는 원천기술을 개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세계 최대의 지적재산권 보유 기업으로도 알려진 퀄컴은 한국 IT환경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기업의 하나로도 기억될 것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퀄컴과 같은 기업을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둘째, 마켓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한 기술에 모든 노력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은 오랜 기간의 리드타임과 많은 자본투자가 필요하지만 시장에서의 성패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움직임과 트렌드에 민감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우리 기업들이 기술표준을 만들어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세계 기술표준은 우리의 기술 자립을 보장하고 해당 기술뿐만 아니라 전후방의 관련 산업까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주도권 쟁탈에 사운을 걸고 있다. 최근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IPv4와 IPv6 변환기술, 비동기 IMT2000의 국제표준안으로 상정된 이동통신망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국내표준 WIPI 등은 수준 높은 IT환경을 다시 국가적인 경쟁력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핵심역량을 정확히 디자인하고 이에 맞도록 조직체계와 운영을 갖춰야 한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직원을 배치해 간접비, 즉 오버헤드 코스트를 줄이는 경영전략은 제한된 경영자원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IT분야야 말로 이제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세계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IT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비전과 장기적인 청사진,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적인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보다 넓은 세계로 우리의 역량이 계속 확장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