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선전만큼이나 IT월드컵의 열기도 뜨겁다. 특히 이동전화단말기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인의 눈과 귀를 붙잡으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포천지가 ‘한국의 3세대 단말기가 월드컵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타전할 정도로 해외언론의 관심도 높다. 업계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모아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을 “수출확대로 연결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cdma2000 1x EVDO, WCDMA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는 차세대 단말기에 역량을 모아 세계시장의 ‘월드컵’을 거머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여기에는 선행조건들이 있다. 월드 베스트가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수시장의 ‘철저한’ 지원이다. 한국업체들은 그간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과 필드테스트를 통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내수시장 위축으로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미루면 그만큼 ‘메이드 인 코리아’ 단말기 경쟁력도 떨어지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카메라 내장형에서부터 로밍 제품까지 최첨단 단말기가 줄을 잇고 있지만 판매량은 기대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중견 업체들은 아예 내수용 제품 출시를 연기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산자부 등 정부 일각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분별한 보조금이 낭비와 과소비, 심지어 무역역조의 한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엄격하게 금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산업 경쟁력에 반드시 필요한 첨단 제품, 예컨대 3세대 단말기나 PDA 등에는 예외적으로 일정부분의 보조금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제품만이라도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고 더 노골적인 주장을 편다.
정부의 보조금 규제안에는 ‘정통부 장관이 산업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조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마침 우리는 월드컵을 계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3세대 단말기와 PDA만이라도 한정된 범위내에서 소액의 보조금을 허용하자는 주장을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아깝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실을 반영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보가전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